비상장사 인수땐 '주식가치 뻥튀기' 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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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수 공시' 뜯어보기 (3) 무분별한 자산 거래
영업적자 내던 투미비티, 주당 438만원 주고 광산업체 인수후 '퇴출'
투자 기업 수익성도 확인을
영업적자 내던 투미비티, 주당 438만원 주고 광산업체 인수후 '퇴출'
투자 기업 수익성도 확인을
기업은 비상장사 인수를 통해 신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인다. 하지만 인수 과정에서 비상장 주식의 과대 또는 부실평가를 통해 ‘꼼수’를 부리기도 한다. 비정상적인 자산양수도 거래를 추진하려는 기업을 꼼꼼히 들여다봐야 하는 이유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0년 1월부터 작년 6월까지 자산양수도 신고서를 제출한 212개사(259건) 중 28개사(35건)는 상장폐지된 것으로 나타났다.
◆비상장사 인수, 독(毒)될 수도
애플리케이션 솔루션 제공기업인 투미비티는 무분별한 비상장사 인수 끝에 상장폐지된 대표적 사례다. 2004년 10월 상장한 투미비티는 이듬해인 2005년부터 줄곧 영업적자를 내다 2007년부터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이후 신규 사업에 눈을 돌리며 기업 인수에 나섰다.
2007년 4월에는 홍콩 소재 맥스에너지홀딩스 지분 50%+1주를, 2008년 1월에는 비메모리칩 제조업체인 핸들러월드 지분 21%를 취득했다. 해외 자원 개발 및 무역업에도 뛰어들었다. 2008년 12월 인도네시아 광산개발업체 PT.페트라스 지분 31.0%를 145억1000만원에 인수했다. 주당 취득가액은 468만여원에 달했다. PT.페트라스의 2008년 10월15일 기준 총자산은 28억원, 그해 10월까지 누적 매출은 21억여원에 불과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주식 인수 가격의 적정성을 의심할 만했다”며 “더욱 큰 문제는 PT.페트라스 인도네시아의 회계자료가 감사인의 감사도 받지 않은 것이었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은 인수하려는 기업이 정상적으로 영업을 하고 있는지, 담당할 인력은 존재하는지 등을 자산양수도 신고서를 통해 확인할 것을 주문했다.
◆취득원가 767억원 3년 만에 138억원으로
투미비티는 2009년 12월7일 PT.페트라스의 해외자원 무역 부문을 물적 분할해 투미로지스를 신설했다. 분할신설법인 총자산(125억원)의 99.1%를 PT.페트라스가 차지해 사실상 이 회사를 별도 법인으로 세운 셈이다.
투미비티가 상장폐지되기 직전인 2010년 반기(6월 말) 검토 보고서상 투미로지스의 장부가액은 63억원이었다. PT.페트라스 지분 취득 후 1년 반 만에 가치가 56.6%나 급감한 것이다.
투미비티는 국내 석유 유통사업에도 관심을 갖고 2009년 6월 굿오일네트워크도 인수했으나 검찰이 인수대금을 허위 기재했다며 공인회계사 J씨 등을 기소한 상태다.
결국 투미비티는 상장 후 2009년 말까지 맥스에너지홀딩스 등 6개의 비상장 기업 지분 취득을 위해 767억5000만원을 지불했다. 하지만 2008년 말 맥스에너지홀딩스, 핸들러월드의 지분이 전액 감액손실 처리되는 등 이들 6개사의 장부가액은 상장폐지 직전 138억9000만원에 불과했다. 투미비티는 매출 및 매출원가 등의 허위 계상과 증권신고서 허위 기재 등으로 2010년 9월29일 상장폐지됐다.
감독당국은 비상장법인 취득 등을 통해 신규 사업에 진출하려는 기업에 투자할 때는 몇 가지 주의할 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우선 투자 대상 기업의 수익성을 점검해야 한다. 영업적자로 자본잠식 상태인 기업이 해외 자원 개발, 신소재 및 신약 개발 등 현금 회수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기업에 투자하는 것은 비정상적이기 때문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전자공시 시스템상 자산양수도 신고서에 첨부된 외부평가 의견서를 통해 투자 대상 기업의 사업성이나 인수의 적정성 여부를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