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있는 아침] 설탕 한 숟가락의 추억
[그림이 있는 아침] 설탕 한 숟가락의 추억
어린 시절 약골이라 약을 많이 먹었다. 매번 그 쓰디쓴 약을 무사히 삼킬 수 있었던 것은 어머님이 약과 함께 입에 넣어준 설탕 한 스푼 덕분이었다. 참으로 놀라운 것은 그 끔찍스런 쓴맛도 달콤한 설탕과 섞이면 그럭저럭 견딜 만해진다는 점이었다.

니콜라 랑크레(1690~1743)의 ‘정원에서 커피를 마시는 가족’은 난생 처음 쓴맛을 보려는 한 소녀의 천진난만한 표정을 포착한 것이다. 어머니가 한 스푼 떠 준 그것이 쓰다는 것을 모르는 아이의 눈망울엔 호기심이 그득하다. 아이는 그것을 입에 넣자마자 뱉어낼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이내 그 커피에 설탕을 넣으면 쌉싸래하지만 마실 만하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그는 지금 단맛으로 대표되는 아이의 세계에서 쓴맛으로 얼룩진 어른의 세계로 들어가는 통과의례를 치르고 있는 것이다. 정원 한편에 버려진 인형은 이제 달콤한 동심의 세계와의 작별을 뜻한다.

인생의 쓴맛을 볼 때마다 우리가 그것을 슬기롭게 극복했다면 그것은 아마도 어릴 적 어머니가 가르쳐준 설탕 한 술의 지혜 덕분인지도 모른다.

정석범 문화전문기자 sukbum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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