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19일 기자들과의 오찬간담회에서 정책현안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소상히 밝혔다. 박 위원장이 이같이 적극적인 정책방향을 제시한 건 이례적이다. 그는 당 비상대책위원회가 카드 수수료율 인하와 전·월세 대출 금리 인하 정책을 내놓은 것에 만족한 듯 “마음의 짐을 다 벗어버린 것 같은 기분”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비대위의 정책 방향에 대해 “길게 보는 정책도 중요하지만, 지킬 수 있는 현실에 즉각즉각 와닿는 것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했다.

▶비상대책위원회가 내놓은 첫 정책이 카드수수료율 인하와 전·월세 대책이다.

“현장에 다녀보니 카드수수료가 가장 문제가 컸다. 다들 죽겠다고 한다. 시장경제에만 맡기다 보니 영세상인이 피해를 보고 있다. 시장경제라고 해서 마음대로 하게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월세도 마찬가지다. 일해도 이자도 댈 수 없고, 가망이 없다는 국민이 많다. 이대로 가다간 중산층이 무너지고 만다. ”

▶대학등록금도 전·월세와 비슷한 것 같다.

“일률적 구조조정이 힘들다. 우선 ICL(취업후 학자금대출 상환제도)의 금리를 낮추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금리를 물가상승률 정도로만 하고 국가가 보전하는 것이다. 이러면 사실상 제로금리가 된다.”

▶CNK 문제로 시끄럽다.

“부정부패 비리는 국민의 화합과 통합을 해치고 선진국으로 가는 길의 걸림돌이다. 원칙대로 일벌백계해야 한다. 잘못하면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하고 그런 풍토를 만들어야 한다. 선진국에선 조그만 비리가 있어도 정치생명이 끝난다. 이런 점에선 사법부의 의지가 매우 중요하다. ”

▶출총제 폐지에 대한 보완을 얘기했는데, ‘재벌’에 대한 생각은.

“사회의 일부를 죄인 취급하며 편을 가르는 건 반대한다. 문제가 있다면 실질적 내용을 정부와 의회가 나서서 고치는 게 좋다. 카드수수료 등이 그런 것이다. 편을 가르는 정치인들이 이득만 챙기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또 하나의 포퓰리즘이라고 생각한다. 문제가 있다면 고쳐 나가는 게 중요하다.”

▶앞으로의 정책 방향은.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과 중견기업 위주로, 세제도 중립적으로, 성장률보다는 고용률을 중시할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 탈당을 요구하고, 정책도 현 정권과 선긋기를 하는 것 같다.

“대통령 탈당은 비대위에서 전혀 논의한 적이 없다. 비대위원 개인의 의견이다. 정책 방향도 MB정부와 일부러 선을 긋는 게 아니다. 국민만 바라보고 가고 있을 뿐이다.”

▶한나라당 의원들이 공천에 대해 민감하다.

“공천의 키워드는 ‘소통’이다. 지역에서 이 사람 뽑으면 좋겠다, 그런 사람들이 출마되도록 해야 한다. 그런 사람이라면 현역이라도 공천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비례대표는 지명도보다는 현장을 잘 아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현장과 대표하는 집단과 소통이 잘 돼야 한다.”

▶민주통합당에서 소위 한나라당 우세 지역으로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남의 당에 왈가왈부할 순 없지만, 저는 지역구는 함부로 바꾸는 게 아니라는 신념을 갖고 있다. 제가 달성에 처음 갔을 때 ‘가망이 없다’고 한 지역이었다. 어렵게 선거하면서 뼈를 묻겠다고 지역구민들에게 약속했다. 이를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제 지역구 출마 얘기도 이런 관점에서 봐 주면 좋겠다. 지역구민들과 이야기를 먼저 해 봐야 하겠지만.”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