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테마주로 분류되는 주식의 시가총액이 12조원에 육박하고 있다고 한다.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4월 총선과 연말 대선을 앞두고 정치 관련 테마주로 볼 수 있는 주식은 최근 78개까지 늘어났고 이들의 시가총액도 지난해 6월 말 7조6000억원에서 지난 5일 11조7000억원으로 6개월 사이에 54% 급증했다는 것이다. 같은 기간 코스피와 코스닥시장 시가총액이 8.4% 줄어든 것과는 완전히 딴판이다.

안철수연구소 주가가 6개월 사이에 720%나 올랐고 15개에 달하는 안철수 테마주들도 요동치고 있다. 박근혜 한나라당 비대위원장 테마주로 분류되는 마크로젠도 217%나 뛰었다. 박씨의 동생 박지만씨가 대주주인 EG의 거래대금은 코스닥 전체의 8분의 1에 달할 정도다. 한나라당 비대위원 조현정 씨가 최대주주인 비트컴퓨터는 시가총액 1300억원대 소형 회사지만 거래대금은 시가총액이 4조원을 넘는 셀트리온의 배 이상이다. 이 밖에 정몽준 테마주를 비롯해 온갖 정치 테마주가 광풍을 일으키는 형국이다.

정치 테마주 열풍은 후진적인 정치문화와, 루머나 작전에 쉽게 휘둘리는 취약한 증시, 저급한 투자문화가 한데 어우러져 만들어낸 합작품이다. 권력의 향배에 따라 기업가의 부침이 달라진다고 보기 때문에 주가는 이렇게도 정신 나간 움직임을 보이는 것이다. 실제 노무현을 거쳐 이명박 대통령 집권기에도 정경유착과 비리 특혜가 근절되지 않았다고 투자자들이 보고 있다는 증좌이기도 하다. 지자체도 마찬가지다. 단체장이 바뀌면 구청의 납품업자부터 바뀐다는 식이다. 또 이런 비리들이 잔존하고 있기에 정치판은 그렇게 시끄러운 것이다. ‘영변 원자로 폭발설’이니 ‘중국 군대 북한 파견설’과 같은 황당한 루머가 먹히는 것도 다를 게 없다.

금융당국이 영변 원자로 폭발 루머를 퍼뜨려 부당한 이득을 본 작전 세력이 있는지 여부에 대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한다. 물론 이런 세력을 색출해 엄벌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정치문화가 바뀌지 않는 한 이런 일은 반복될 게 뻔하다. 이게 한국의 민주주의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