쇄신파, 재창당 요구 움직임..친박 일각도 동조 기류
재창당시 `대통령 배제' 불가피..與분열 우려도

검찰이 8일 한나라당 고승덕 의원의 `전당대회 돈봉투' 폭로 사건에 대한 수사에 본격 착수하면서 한나라당을 넘어 여권 전체가 소용돌이치고 있다.

소문으로만 돌던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행위가 검찰 수사를 통해 사실로 드러날 경우 파문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날 오후 고 의원을 불러 조사한 뒤 그의 진술을 토대로 관련자 조사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일부 언론을 통해 박희태 국회의장 등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으나 관련자들은 모두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강력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고 의원의 증언 내용에 따라 일부 인사의 검찰 출석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며, 사실 여부를 떠나 이것이 여론에 미칠 부정적 영향은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4ㆍ11 총선'을 앞두고 안 그래도 갈 길 바쁜 여권 입장에선 초대형 메가톤급 악재를 만난 셈이다.

당내에선 "총선이 더 어렵게 됐다", "당 간판을 내려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흘러나오는 등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당내 쇄신파 인사들은 실질적 재창당 필요성을 다시 제기하고 있고, 친박(친박근혜) 일각에서도 동조 기류가 감지되고 있어 주목된다.

`박근혜 비상대책위원회'는 현재 현행 정강ㆍ정책 수정, 대대적인 인적쇄신 등을 단행하면서도 한나라당 간판은 그대로 유지한다는데 무게를 두고 있으나 `디도스 파문'에 이어 `돈봉투 사건'까지 터지자 재창당 없이는 도저히 변화된 모습을 보여줄 수 없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쇄신파인 정두언 의원은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이번이 바닥인가 하면 또 나락으로 떨어지고 끝이 없지 않느냐"면서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없다고 했는데 이 정도면 한나라당을 해체하고 정말 재창당을 뛰어넘는 쇄신이 아니라 실질적인 재창당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친박 의원도 "이번 돈봉투 사건은 피해가 아주 큰 사건"이라면서 "상황이 제대로 수습되지 않으면 재창당 수준까지도 생각해 봐야 한다.

이제는 친박 내부에서도 재창당 생각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비대위원은 "비대위 출범 당시 형식상 재창당을 거치지 않고도 실질적 재창당을 이룬다는 전제로 시작했다"며 재창당 신중론을 폈다.

그는 다만 "어느 것이든 다 열어놓고 바라볼 필요는 있다"며 가능성을 완전히 차단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당명 개정을 포함한 실질적 재창당 수순을 밟을 경우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이명박 대통령을 배제할 가능성이 있어 당ㆍ청관계를 비롯해 여권의 권력지형에 일대 변화가 예상된다.

더욱이 이상돈 비대위원의 `MB정부 실세 용퇴론' 속에 친이가 다시 뭉치고 있는데다 비대위 일각의 당 정강 `보수' 표현 삭제 추진에 대한 당내 반발이 간단치 않아 자칫 쇄신 및 재창당 과정에서 여권이 심각한 분열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당내 우려도 없지 않다.

여권 관계자는 "비대위가 당초 생각했던 것보다 더 높은 수준의 고강도 처방을 내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향후 상황 전개에 따라서는 여권이 분열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심인성 기자 sim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