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사상최대 실적] '글로벌 삼성' 애플·불황과 싸우며 강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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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어렵다고 할때…
작년 갤럭시 판매 1억대…노키아 제친듯
반도체, 가격 급락에도 '승자독식' 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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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가격 급락에도 '승자독식' 체제
지난 2일 삼성 신년 하례식에 앞서 기자들과 만난 이건희 회장은 이렇게 말했다. 나흘 만인 6일 이 회장의 말이 숫자로 확인됐다.
삼성전자는 유럽 재정위기로 세계 경제가 얼어붙은 가운데서도 지난해 ‘매출 164조원-영업이익 16조원’을 거두며 독주했다. 매출은 사상 최대이고, 영업이익은 2010년 17조원보다 소폭 줄었지만 글로벌 경쟁 격화와 경기 불안을 고려하면 놀랄 만한 실적이라는 게 시장 평가다.
질주의 배경은 스마트폰 1위 등극, 반도체 시장에서의 승자독식 효과가 확대된 데 있다. 특히 4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분기 성적으로 사상 최대였다. 전자업계에선 “이제 글로벌 IT업계에서 그나마 남은 삼성의 경쟁자는 애플밖에 없다”고 얘기할 정도다.
◆애플과 싸우며 강해졌다
삼성전자가 영업이익 2년 연속 16조원 이상을 올린 데 가장 큰 공신은 스마트폰이다.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5조2000억원 중 2조6000억~2조8000억원, 지난해 전체 영업이익 16조1500억원의 절반가량을 무선사업부에서 거뒀을 것으로 추정될 정도다.
삼성은 지난해 2분기까지 애플과 엎치락뒤치락했지만 3분기부터 갤럭시S2, 갤럭시 노트 등을 잇따라 내놓으며 2810만대의 판매량으로 애플(1710만대)을 제쳤고 4분기도 마찬가지다.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 등 시장조사기관들은 4분기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판매량이 최소 3500만대에서 최대 3800만대에 이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아이폰4S를 앞세운 애플이 분기 최대인 2500만~2800만대를 팔았을 것으로 추산되지만 삼성전자에 1000만대가량 뒤처져 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의 연간 스마트폰 판매량도 1억대에 육박한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이 2010년 3월 경영 복귀와 함께 ‘스마트폰 일류화’를 강하게 주문하고 나선 지 2년 만이다. 지난 4분기엔 피처폰(일반폰)을 포함한 전체 휴대폰 판매가 1억대에 근접하며 노키아 아성을 위협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반도체는 승자독식 체제
지난해 D램 가격은 26% 급락했다. 4분기엔 D램(DDR3 2Gb) 개당 가격이 원가 이하인 1달러 아래로 추락했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반도체 부문에서 4분기 1조2000억~1조4000억원, 연간으로는 6조원대 중반의 영업이익을 낸 것으로 관측된다. 엘피다, 마이크론 등 경쟁사 대부분이 4분기 대규모 적자로 감산에 들어간 것과 비교된다.
삼성전자가 D램 대부분을 최첨단 30나노 공정으로 생산하고 있는 데다 모바일과 서버, 그래픽 등 PC용 이외의 고부가가치 D램 비중을 높인 결과다. 여기에 낸드플래시와 스마트폰 등에 들어가는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분야에서도 업계 수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업계에선 몇 년간 이어온 반도체 치킨게임의 승자가 결정났다고 보고 있다. 글로벌 3위 메이커인 일본 엘피다가 “삼성전자의 독점을 막자”며 해외 거래처에 5억달러(5750억원)의 자금 지원을 요청한 것은 이런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LCD 등 디스플레이 분야도 마찬가지다. LCD 시황 악화로 고전했지만, 고부가가치 AMOLED(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 쪽에서 수익을 내면서 4분기엔 소폭 흑자를 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LCD 가격이 급락했지만 경쟁사 대비 수익성은 삼성전자가 최고”라며 “6년째 글로벌 1위인 TV도 3DTV 스마트TV 등이 선전하면서 선방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독주 계속된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매출을 달러로 환산하면 1500억달러 규모로 글로벌 IT업계 중 1위다. 2010년 HP를 제친 후 독주체제다.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해 9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IFA 2011에서 “삼성전자는 지금도 ‘더하자 더하자’고 채찍질하며 매년 두 자릿수 성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 부회장은 “강력한 하드웨어 경쟁력을 바탕으로 핵심 소프트웨어와 솔루션 사업 역량을 확보해 2020년 매출 4000억달러를 이룰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글로벌 시장에서 하루 평균 100만대 이상의 휴대폰을 판매할 계획이다. 분기당 1억대 가까이 팔겠다는 얘기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휴대폰 전체 판매액과 스마트폰 분야에서 글로벌 1위에 오른 데 이어 올해는 판매 물량에서도 세계 1위 노키아를 추월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다 하반기부터는 LCD 및 D램 시황도 호전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아 삼성전자는 ‘휴대폰-반도체-LCD’ 삼각편대를 앞세워 글로벌 질주에 한층 더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