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국채를 보유한 민간 채권단과 그리스 정부와의 채권 교환 협상이 18일(현지시간) 재개됐다. 오는 23일까지 협상이 타결되지 못하면 그리스는 2차 구제금융 1300억유로를 받지 못해 디폴트(채무 불이행)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유럽연합(EU) 정상들과 주요 은행들은 지난해 10월 그리스 채권 헤어컷(탕감) 비율을 50%로 합의했다. 하지만 그리스 정부는 지난해 재정적자 규모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9%로 당초 예상보다 2%포인트 높은 것으로 나타나자 채권단에 더 많은 빚을 탕감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민간 채권단이 만기가 돌아온 국채를 연장해줄 때 원금 일부를 탕감하고 이자율을 낮춰 그리스 정부의 부담을 덜어주는 방식이다.

민간 채권단과 그리스 정부는 이 사안을 놓고 지난 12~13일 협상을 벌였지만 결렬됐다. EU와 국제통화기금(IMF)은 이번 협상이 타결돼야 구제금융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전제조건을 달았다. 그리스는 3월20일 145억유로의 국채 만기가 돌아오는데, 구제금융을 받지 못하면 만기 연장을 할 수 없어 디폴트를 선언할 확률이 높다.

그리스에 구제금융을 지급할지는 오는 30일 열리는 EU 정상회의에서 결정된다. 하지만 23일 열리는 EU 재무장관 회의에서 구제금융 지급에 대한 대략적인 윤곽이 잡힐 것이라고 외신들은 설명했다.

AP통신은 이 때문에 23일이 사실상 이번 협상의 데드라인이라고 강조했다. 이 통신은 “EU와 IMF, 독일 정부 등도 헤어컷 비율을 높여야 한다며 민간 채권단을 압박하고 있다”고 전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독일 정부가 민간 채권단에 헤어컷 비율을 60~80%까지 높이라고 주문했다고 보도했다.

국제신용평가회사 피치는 그리스에 대해 비관적 전망을 내놨다. 에드워드 파커 피치 국가신용등급 담당 이사는 “우리는 그리스가 채권 교환 협상을 벌인다는 것 자체를 디폴트로 간주하고 있다”며 “그리스가 실제로 디폴트를 선언할 시기도 머지 않았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그리스 정부가 긴축정책을 제대로 펴고 있는지 살펴보기 위해 EU·IMF·유럽중앙은행(ECB) 공동조사단이 17일 아테네에 도착했다.

AP통신은 “조사단은 3개월마다 그리스를 방문하는데 그때마다 그리스 노동자들의 격렬한 시위가 이어졌다”며 “이번에도 시위가 벌어지고 있으나 과거만큼 폭력적이진 않다”고 전했다. 이 통신은 “그리스인들이 아무리 시위를 해도 긴축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체념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