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d to Head] (감세) 세계는 지금 세금 낮추기 경쟁…세율 높이면 일자리 줄어들어
감세정책을 이해하기 위해선 총체적 감세가 아닌, 구체적인 세목과 연계시켜 살펴봐야 한다. 세금을 부과하는 기반은 소득 소비 재산으로 나눌 수 있다. 그런데 우리 세금 제도는 소득과 재산에 대해선 크기에 따라 세부담 비율을 높이는 누진구조를 가지고 있다. 소득세 법인세 재산세 종합토지세 등이 모두 누진세제이다.

반면 소비 관련 세제는 물건 사는 사람의 소득 수준과는 별개로 가격의 일정비율을 세금으로 지불한다. 따라서 소비 관련 세제는 소득이 낮은 사람이 오히려 세부담률이 높아지는 역진구조가 일반적이다. 세금의 형평성을 강조하는 사람은 소득 관련 세금을 강화하고, 소비 관련 세금은 인하하는 방향을 좋은 정책으로 생각한다.

증세 옹호자도 총체적인 증세보다 소득 관련 세금을 높이는 정책을 묵시적으로 주장한다. 부자가 부담하는 증세이므로, 증세 및 감세논쟁은 조세정책의 형평성과 밀접한 관계를 가진다.

[Head to Head] (감세) 세계는 지금 세금 낮추기 경쟁…세율 높이면 일자리 줄어들어
세금정책이 추구해야 하는 원칙에서 형평성은 중요하다. 그러나 형평성 못지않게 중요한 원칙이 있다. 세금은 민간경제에 가하는 일종의 규제다. 세금을 높여 규제가 강화되면 경제활동 당사자들은 일할 의욕이 떨어진다. 좀 더 열심히 일해 우리 사회에 필요한 자원을 더 생산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세금으로 인해 경제행태가 바뀌게 된다. 이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경제적 비용이지만, 이 개념을 인지시키기 매우 어렵다.

혹자는 복지 등 정부 역할을 강조하면서 세금 부과를 너무 쉽게 주장한다. 좋은 일에 쓴다는데, 부자가 조금 부담하는 게 문젠가 하는 논리다. 세금은 그 자체로는 경제적 비용이 없다. 단지 민간지갑에서 정부지갑으로 이전했을 뿐이다. 그러나 이런 과정을 통해 민간경제는 위축돼 세금의 진정한 비용은 세금액과 함께 일정부분의 경제적 비용을 반드시 합해서 생각해야 한다. 1조원의 세금을 거두면 세금의 진정한 비용은 1조원과 함께 경제적 비용을 합산해야 한다. 문제는 이 경제적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증세론자들이 주장하는 소득 관련 세금으로 법인세와 소득세를 들 수 있다. 법인은 생명체가 아니므로 세금을 부담하는 주체가 될 수 없다. 소득이 가지는 특징은 이동이 용이하다는 것이다.

세계경제는 1980년대부터 개방화라는 바람이 불었고, 이 흐름 속에서 각국은 무한경쟁을 하고 있다. 이제 개방화는 각국의 선택사항이 아니고 국제규범이 돼 버렸다. 민간의 무한경쟁 구조 속에서 정부도 서로 경쟁한다.

즉 자국 내에 양질의 자본과 노동을 끌어들이기 위해 세금을 낮추는 경쟁을 하고 있다. 이제 각국은 살기 위해 세금을 낮출 수밖에 없는 세상이 됐다. 과거 폐쇄경제 아래에서는 형평을 강조하면서, 법인세를 높일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 시대가 달라졌고, 그 변화 속도는 빨라지고 있다. 주요 7개국(G7)의 평균 법인세율이 1981년에는 44%였으나 2009년에는 27%가 되었다.

많은 사람들은 법인세에 대해 잘못된 인식을 가지고 있다. 법인을 부자로 보고, 부자에겐 세금을 높여야 한다는 논리다. 법인의 주인은 주주이며, 법인세는 궁극적으로 우리 국민 모두가 부담한다. 그래서 우리가 당연히 여기는 법인세제의 누진구조는 일본 미국 한국에서만 볼 수 있으며, 대부분 국가들은 단일세율을 채택하고 있다.

즉 법인세는 형평성을 위한 정책수단으로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한 국가의 경제성장에는 법인이 핵심역할을 한다. 그래서 법인세제는 다른 세목과 달리 형평성만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법인세수와 세율 간에는 ‘법인세수=법인이윤×세율’로 표현할 수 있다.

[Head to Head] (감세) 세계는 지금 세금 낮추기 경쟁…세율 높이면 일자리 줄어들어
일반적으로 법인은 부자이므로, 세율을 높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법인세수는 ‘산술적 계산’이 아닌, ‘경제적 계산’을 해야 한다. 세율을 낮추면 일할 분위기가 고조돼, 법인이윤은 오히려 커져 세수가 늘어날 수 있다. 법인세를 인하해도 기업투자와 연결되지 않는다는 반대논리도 있다. 법인세제는 기업투자 환경을 결정하는 중요한 정책수단 중의 하나일 뿐이다. 개별기업의 투자행위는 여러 가지 요인들에 의해 결정되고, 기업마다 처한 환경이 다르다. 아이스크림 가격이 떨어져도 모든 사람들이 아이스크림을 더 소비하지는 않는다. 아이스크림을 싫어하는 사람의 수요는 가격과 관계없다. 법인세는 기업투자에 대한 수익률을 결정하는 하나의 요인일 뿐이다.

비록 법인세를 인하해도 다른 요인으로 인해 투자하지 않는 기업이 있을 수 있다. 개별기업 측면에서 보면 이렇게 다양한 투자효과를 보이지만, 국가 전체적으로 보면 법인세를 낮춰 투자수익률을 높이면 반드시 투자효과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 이는 경제원론에서 말하는 ‘수요법칙’과 같은 것이다.

미국에서 발단된 버핏세는 소득종류 간 형평성 문제를 지적한 것이다. 근로소득보다 자본소득에 대한 세부담이 낮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논리는 폐쇄경제 아래에서 적절한 반면 개방화 시대에 맞지 않다. 북유럽국가들은 효율성보다 형평성에 정책적 가중치를 두었다. 우리는 모든 종류의 소득을 합산해 누진구조를 적용하는 종합소득세 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이들 국가는 근로소득과 자본소득에 대해 서로 다른 세율을 적용한다.

형평성을 강조하면 당연히 근로소득보다 자본소득 세율이 높아야 하지만, 북유럽 국가들은 자본소득 세율이 오히려 낮다. 그 이유는 자본소득은 세율에 따라 국가 간 이동이 빠르기 때문이다. 특히 정보기술의 발달로 인해 국가 간 자본이동은 몇 초 만에 이뤄지는 세상이다. 명목이 중요한 게 아니고, 경제적 효과를 바탕으로 제도를 만들어야 하는 이유다.

개방화와 함께 각국의 조세정책은 소득 관련 세제를 중심으로 감세정책으로 가고 있다. 감세정책은 선택이 아닌 개방화시대에 무한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따라야 할 규범이다. 그만큼 세금으로 인한 경제적 비용이 높은 시대이므로, 형평성만을 따지고 살던 시대는 지났다. 한때 세상을 공평하게 만들려고 혁명을 했던 과거 사회주의 국가들은 망하고 난 후 불공평한 세금으로 다시 혁명을 했다. 러시아는 2001년에 소득세제를 13%의 단일세율로 바꾸었고, 동구권 국가들은 모두 단일세율 체제를 가지고 있다. 형평성에 치우친 우리 인식을 바꾸지 않으면 우린 절대 선진국에 진입할 수 없다. 감세정책은 ‘부자감세’가 아닌, 감세해서 부자되자는 ‘감세부자’ 정책이다.

현진권 교수

△연세대 경제학과 △미 카네기멜론대 경제학 박사 △바른사회시민회의 사무총장 △대통령 비서실 시민사회비서관 △아주대 경제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