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님께서 위독하십니다. 자세한 설명은 나중에 다시 드릴 테니 빨리 서둘러 출발해 주세요"

노무현 대통령 재임시절 청와대에 몸담았던 양정철 홍보기획비서관이 저서 '노무현의 사람들, 이명박의 사람들'을 통해 노 대통령과 헤어진 마지막 날을 회상했다.

급히 집을 출발해 고속도로에 접어든 시점 한 비서관에게 전화가 왔다.

"봉화산에 올라가셨다가 떨어지셨습니다. 많이 다치셨고, 지금 위독하신 상태입니다" 심장이 콩닥거리고 운전하는 손이 떨리던 그때 마지막 전갈을 받았다

"대통령님께서 돌아가셨습니다. 아마 부엉이 바위에서 뛰어내리신 것 같습니다"

서거 나흘 전인 2009년 5월 19일 대통령은 양 비서관을 비롯한 몇명과 티타임을 가졌다.

"자네는 앞으로 먹고 살 길이있는가"라는 질문에 "걱정마시라"는 답변을 했던 양정철 비서관은 "지금 생각하면 너무 후회가 된다"고 통한의 눈물을 흘렸다.

차라리 그때 대책이 없다고 끝까지 매달리지 못한 것이 후회된다는 것.

서울 중랑 을에 출마선언한 양정철 전 비서관은 지난 5일 책 출간을 기념한 북 콘서트를 열었다.

제1부 '노무현을 사랑하다'에서는 권양숙, 문재인, 한명숙, 문성근, 이광재, 김제동, 김경수 등 열한 명의 사연과 휴먼스토리를 소개하고 있다.

그들은 내면의 아픔과 슬픔을 모두 안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분노, 눈물, 절제, 희망의 키워드로 노무현을 사랑하는 방식을 각자 보여주고 있다. 결국 그들이 사랑하는 노무현이 왜 ‘내 마음 속 대통령’인지를 주인공들의 사연에서 알 수 있다.

권양숙 여사가 손녀딸이 미국에 있을 당시 손녀에게 '눈사람 선물'을 보내주기 위해 마당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눈사람을 만들었던 사연도 공개했다.

노대통령 서거당시 장례식장에서 해맑은 웃음을 지으며 V자 손가락을 보이던 서은양은 눈이 많이 왔다는 할머니 자랑에 "할머니, 내 눈사람 예쁘게 만들어 냉장고에 넣어둬"라고 당부했다.

실현 불가능한 주문에 권양숙 여사는 커다란 눈사람 3개를 만들어 사진으로 찍어 미국에 보내줬다.

제2부 '이명박을 따르다'에서는 김윤옥, 이상득, 이재오, 박근혜, 홍준표, 진성호, 정운찬, 엄기영, 김두우, 조현오, 김인규, 김재철 등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이나 이명박 정권 인사 열여덟 명의 일탈, 비리, 부조리, 반칙, 특권, 오만의 행태를 고발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제3부 '노무현 vs 이명박'은 두 대통령의 경제성적표 비교, 국민적 존경과 국민적 지탄의 원인, 한일 문제를 대하는 태도, 기독교를 대하는 태도, 국정운영 스타일 등을 정면으로 대비시켜, 진정 국가와 국민을 누가 사랑하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주고자 했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은 노무현 대통령의 단호한 독도 수호 의지를 배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본이 동북지방 대지진 와중에도 독도 영유권 주장을 들고나와 이명박 정부는 제대로 뒤통수를 맞았던 바 있다.

당시 우리나라에서는 가까운 나라 일본의 재건을 돕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던 때라 그 배신감은 더 했다.

노 대통령은 참여정부 시절 불거진 독도 문제에 대해 이례적으로 특별담화를 발표했다. 담화문은 연설비서들을 제쳐두고 노 대통령이 거의 모든 내용을 직접 작성하기도 했다고 비화를 털어놓았다.

노 대통령은 "우리 국민에게 독도는 완전한 주권회복의 상징이다"면서 "일본이 잘못된 역사를 미화하고 권리를 주장하는한 한일 우호관계는 결코 바로 설 수 없다. 더이상 조용한 대응으로 관리하지 않겠다"고 천명한 바 있다.

이에 반해 이명박 정부는 외교적 파장을 우려해 일본의 중학교 학습지도요령 및 해설서 개정 당시에도 '차분한 대응'을 기조로 삼고 갈피를 못잡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양 전 비서관은 "참회하는 마음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면서 "노무현 대통령 혼자 그 먼 길을 가시게 한 것은 평생의 회한이 됐다. 그 분의 뜻을 이어가는 일에 평생을 바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한경닷컴 이미나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