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높아진 시장의 눈높이를 충족시켰다. 증시전문가들은 거의 대부분의 사업 영역에서 '승자독식' 효과를 보고 있다며 실적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5조2000억원으로 잠정집계됐다고 6일 밝혔다. 이는 전분기보다 22.35% 증가한 수치다. 매출액은 47조원으로 13.88% 늘었다.

안성호 한화증권 IT팀장은 "실적에 대한 눈높이가 워낙 높아진 상태에서 영업이익이 추정 범위 상단에 걸친 수준에서 나왔다"며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 사업 매각에 따른 일회성 비용이 포함됐음에도 5조원을 밑돌았다면 오히려 실망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만큼 이미 실적에 대한 눈높이가 높아질대로 높아졌다는 것이다. 그 동안 삼성전자의 4분기 영업이익에 대한 시장의 눈높이는 꾸준하게 상향 조정됐다.

이날 증권정보 제공업체인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국제회계기준(K-IFRS) 4분기 연결 영업이익 컨센서스(시장 평균 추정치)는 4조8254억원이다.

지난해 3분기 실적이 발표된 직후인 지난해 10월에는 3조3180억원이었던 영업이익 추정치가 지난 12월에는 4조6093억원으로 늘어나더니 1주일 전에는 4조7415억원으로 높아졌다. 특히 올해 추정치를 제시한 5개 증권사의 4분기 영업이익 평균은 5조1318억원을 기록, 올들어 삼성전자 실적 추정치는 더 올라갔다.

이승우 신영증권 IT팀장은 "부문 별 영업이익 추정치는 반도체 부문이 1조5000억원, 통신 부문이 2조7000억원 수준이다"며 "특히 디스플레이는 소폭 흑자로 돌아서 1000억원을 기록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상대적으로 부진한 실적을 보이고 있는 디스플레이 사업부문 역시 점진적인 개선세를 보이고 있다는 판단이다.

이 팀장은 "디스플레이 부문은 액정표시장치(LCD) 사업의 적자 수준이 2000억원으로 줄어들고 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AMOLED)는 흑자폭을 3000억원으로 늘리면서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른 사업부문의 실적 성장세는 더 주목할 만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김성인 키움증권 IT총괄 상무는 "LCD를 제외한 나머지 사업 부문에서 승자독식 구조를 확립, 뚜렷한 수익 개선효과가 기대된다"며 "승자독식 구조로 인해 상반기 중 통신 부문 영업이익은 3조원을 넘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특히 갤럭시 노트가 월 100만대 이상 판매되는 것으로 알려졌고 또 기존 일반휴대전화를 대체할 중저가 스마트폰의 보급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에 실적은 예상을 웃돌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팀장은 "TV 부문의 마진율도 4% 수준으로 추정되는 등 업황 부진에도 불구하고 전 사업 부문에서 걸쳐 경쟁사 대비 월등한 실적을 나타낼 것"이라며 "최소한 상반기까지 이러한 구도는 꺾이지 않고 유지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통신 부문 실적은 1분기에도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안 팀장은 "올해 1분기에는 일회성 비용이 빠지는데 영업이익이 5조원을 넘기는 게 현실적으로 무리일 수 있다"면서도 "다만 통신 부문의 호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숫자는 줄어도 실질 이익은 늘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견고한 펀더멘털(기업 내재가치)에도 주가는 단기적으로 숨고르기를 나타낼 수 있다는 진단이다.

이 팀장은 "펀더멘탈에서는 전혀 리스크가 없지만 주가 상에 걸림돌은 있는 상황이다"며 "단기간 많이 오른 데다가 이미 기관들이 많이 들고 있기 때문에 외국인 투자자들이 추가적으로 들어오지 않는다면 수급 상 압박은 어느 정도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장열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도 "삼성전자의 단기 주가 흐름은 특별한 모멘텀을 찾기 보다는 경쟁사 실적 및 전망과 비교하면서 관망하는 흐름을 나타낼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경닷컴 이민하 기자 mina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