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증자를 실시한 기업은 증자를 하지 않은 기업에 비해 대체로 재무상태가 좋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운영자금 마련을 위한 잇단 증자에 대해서는 투자에 관심을 더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금융감독원은 5일 2010년 유상증자를 실시한 121개사와 하지 않은(미증자) 1533개사의 2009년 재무상태를 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우선 증자 회사의 부채비율은 245.0%로 미증자 회사(110.3%)보다 두 배 이상 높은 반면 유동부채 대비 유동자산 비율인 유동비율은 낮았다. 유동성 위험에 처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수익성에서도 증자 회사의 54.5%인 66개사가 2009년 영업손실을 냈으며 미증자 회사는 23.3%만 적자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증자 회사는 매출액순이익률과 자기자본순이익률이 모두 마이너스였다.

증자 회사는 자본잠식률도 높았다. 코스닥시장 증자 기업 중 자본잠식 회사가 차지하는 비율은 16.1%로 미증자 기업(8.9%)의 두 배에 달했다. 이들 증자 회사의 자본잠식률은 39.5%였다.

증자를 실시한 상장사의 증자 전(2009년)과 증자 후(2010년) 재무적 변화를 보면 자본금이 늘어나면서 자본 안정성은 높아졌다. 증자 전 245.0%에 달하던 부채비율은 증자 후 173.3%로 낮아지고 현금비율도 35.1%에서 63.5%로 올라갔다.

하지만 코스닥 증자 회사의 수익성 개선폭은 크지 않았다. 매출액순이익률에서 코스닥시장 증자 기업은 -10.3%에서 -6.4%로 소폭 나아지는 데 그쳤다. 다만 유가증권시장 증자 기업은 -20.3%에서 -0.1%로 획기적으로 좋아졌다. 금감원 관계자는 “코스닥 기업들의 사례를 보면 증자를 통해 조달한 자금이 기업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증자로 자본잠식에서 벗어난다고 해도 수익성 개선으로 연결되지 않아 손실이 누적되면서 재무구조가 또다시 나빠지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