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준법투쟁' 벌이는 경찰
경찰이 연초부터 ‘준법투쟁’을 벌이고 있다. 일제히 휴가를 가거나 잔업을 거부하는 식의 노동계와 달리 검찰이 내려 보낸 내사 사건 접수를 거부하는 방식이다. 경찰의 기존 업무영역이었던 내사를 검찰이 사후통제하고, 수사 중단·송치 명령 권한까지 갖도록 한 ‘검사의 사법경찰관리에 대한 수사지휘 및 사법경찰관리의 수사준칙에 관한 규정(대통령령)’이 지난해 12월27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데 대한 반발이다.

경찰청은 지난 3일 전국 일선 경찰에 검찰이 접수한 내사·진정사건 접수를 거부하고 검사의 수사 중단·송치 명령 권한 범위도 제한적으로 해석하는 내용의 ‘수사실무지침’을 내려보냈다. 이 지침에 따라 지난 4일까지 10개 경찰서가 검찰이 내려보낸 내사 사건 접수를 실제로 거부했다.

검찰이 마땅한 제재 수단이 없어 난감해 하는 사이 애꿎은 국민만 불편을 겪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조현오 경찰청장은 민원인들의 불편이 뻔히 예상되는데도 “검찰의 내사 지휘를 경찰이 거부한다고 해서 검찰 업무가 마비된다는 것은 과장”이라며 한 술 더 떴다.

검·경이 수사권을 균형있게 나눠 가져야 한다는 얘기는 구문(舊聞)이 됐다. 입법부인 국회도 검찰에 편중된 수사권을 정상화해야 한다며 지난해 7월 형사소송법에 적시된 ‘검찰에 대한 경찰의 복종 의무’ 조항을 삭제했다. 그런데도 경찰은 지금 불만에 가득차 있다. 마치 경찰이 원하는 대로 수사에 관한 모든 것을 다 바꿔야 성에 찰 것처럼 보인다.

합법적 절차를 거쳐 확정된 법령을 수용하지 않은 채 경찰 스스로가 앞장서 근절해야 할 ‘떼법’ 관행을 답습하고 있다. ‘수사권 확보전’에서 패한 경찰 수뇌부도 일선 경찰들의 분위기에 은근히 기름을 부으면서 뒷짐만 지고 있다. 조직의 수장인 조 청장은 입버릇처럼 “(청장)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다”고 말해왔지만, 정작 최근 내부의 사퇴 요구에는 귀를 막고 있다.

경찰은 철저하게 공익을 추구해야 할 치안의 상징이다. 더구나 올해는 총선과 대선이 예정된 데다 한반도 안보지형에도 변화가 예상돼 치안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제대로 된 수사로 국민의 신뢰부터 얻는 게 경찰의 장래에 도움이 될 것이다. 사회 전체가 정리할 문제를 두고 막무가내식으로 ‘떼쓰기’를 하거나 ‘태업’을 할 때가 아니다.

김선주 지식사회부 기자 sa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