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주식을 대규모로 내다팔아 주가 급락의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했던 외국인이 새해 들어 순매수 행진을 하고 있다. 유럽 재정위기가 수면 아래로 잠복한 가운데 ‘1월효과’를 기대한 매수세가 유입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다음달 734억유로를 시작으로 PIIGS(포르투갈 이탈리아 아일랜드 그리스 스페인) 5개국의 국채 만기가 4월까지 집중돼 있어 외국인 매수가 지속될지는 불투명하다.

외국인은 4일 유가증권시장에서 2983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전날 3218억원에 이은 이틀 연속 순매수다. 지난달 23일 이후 8거래일 중 외국인은 지난 2일을 제외하고는 연일 매수 우위였다.

외국인은 지난해 8조264억원어치를 순매도했지만 연말이 가까워지면서 순매도 규모를 줄이고 순매수로 돌아서는 모습을 보였다. 외국인 순매도 금액은 지난달 첫째주와 둘째주 각각 4621억원과 8066억원에 달했지만 셋째주 606억원으로 줄었고 넷째주에는 2270억원의 순매수로 전환했다. 최근 이틀 동안엔 6201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지난달 21일 민간 은행에 대한 장기대출(LTRO)을 시작하면서 유동성 경색이 완화되고 연초 미국 독일 등 주요국 경제지표가 개선된 것이 외국인 순매수의 배경이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이사)은 “ECB의 유동성 공급으로 유럽 은행들이 해외 자산을 급하게 팔아야 할 필요성이 줄었다”며 “연말 성과급 등이 펀드 자금으로 유입돼 국내 증시에 투자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김 이사는 그러나 “다음주부터는 유럽 재정위기 국가의 대규모 국채 만기에 대한 우려가 높아져 외국인이 다시 순매도로 돌아설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외국인과 기관이 순매수했지만 개인이 3921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면서 9.19포인트(0.49%) 하락한 1866.22에 마감했다. 배성영 현대증권 수석연구원은 “삼성전자 등 최근 급등한 정보기술(IT)주를 중심으로 차익 실현 물량이 나왔다”며 “1900선이 단기 저항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