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유플러스가 초고속 인터넷 요금을 24% 전격 인하했다. 이 회사는 3일 100메가바이트(MB) 속도의 초고속인터넷 월 2만5000원 상품(3년 약정 시) 가격을 1만9000원으로 6000원 내린다고 발표했다. 대신 신규 가입자에게 지급했던 경품, 상품권, 현금 지급 등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초기 가입자 감소를 각오하고서라도 출혈 경쟁을 중단하고 요금 인하와 서비스 개선에 주력하겠다는 일종의 ‘역발상 전략’으로 해석된다. 가입자 유치 확대를 위해 온갖 편법 마케팅을 서슴지 않는 통신 시장에선 흔치 않은 시도로 평가된다. 이 회사는 초고속인터넷과 인터넷전화, IPTV를 묶은 결합 상품 가격도 3만2000원에서 2만6000원으로 6000원 내렸다.

◆국내 최저 요금 책정

LG유플러스, 최저가 인터넷 '역발상 승부'
가격 인하로 LG유플러스의 인터넷 요금제는 케이블TV 업체들의 초고속인터넷 상품을 포함해 국내 최저가격이 됐다. 기존 최저가는 SK브로드밴드의 스마트 다이렉트 상품(2만원)이었다. 이번 요금 할인은 신규 가입 고객에게만 적용되며 기존 고객에게는 소급 적용되지 않는다.

이번 조치로 LG유플러스의 매출 손실은 연간 600억원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가격 인하를 단행한 것은 소비자를 신규 유치하기 위해 지급하는 경품, 상품권 등의 비용 지출이 가격 인하로 인한 매출 감소보다 더 크다고 생각해서다.

회사 관계자는 “인터넷 담당 부서에서 가격 인하를 하는 대신 상품권 지급 등을 중단하는 것이 수익에 더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통신사들과 케이블TV 업체들은 초고속인터넷, IPTV 등의 가입자를 모으기 위해 상품권이나 현금 등을 지급하고 있다. 판매 대행을 맡은 업체들은 ‘인터넷 가입 시 현금 30만원 즉시 지급’ ‘인터넷 교체 시 현금 20만원+상품권 10만원’ 등의 문자를 무차별적으로 소비자에게 보내고 있다.

◆LTE 올인 전략?

지난해 말 기준 KT의 초고속인터넷 가입자 수는 780만명, SK브로드밴드는 417만명, LG유플러스는 281만명이다. 케이블TV를 제외하면 초고속인터넷 시장에서도 LG유플러스는 통신 3사 중 꼴찌다.

때문에 LG유플러스는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경쟁사보다 더 많은 상품권이나 현금 등을 동원해야 했다. 경쟁사들이 10만원 안팎의 상품권을 지급하면 LG유플러스는 30만원짜리를 지급하는 식이었다. 통신사들은 상대방을 향해 서로 불법 마케팅이라고 비난하면서도 이 같은 행태를 그만둘 수가 없었다. 이 와중에 수시로 회사를 바꾸는 소비자들에게 현금을 주면서 한 통신사를 오래 쓰는 사용자들에게 그 비용을 전가한다는 비판도 끊임없이 제기돼왔다.

LG유플러스의 이번 결정이 시장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지는 속단하기 어렵다. 만약 다른 통신사들이 기존 관행을 지속하면 LG유플러스의 요금 인하 효과가 반감될 수도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LG유플러스가 4세대 이동통신 롱텀에볼루션(LTE)에 ‘올인’하기 위해 수익을 내기 어려운 사업 분야에 대한 공격적 마케팅을 중단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실제 통신 3사는 초고속인터넷 시장에서 적자를 간신히 모면할 정도로 고전하고 있다. 결합 상품 등으로 가입자당 매출은 갈수록 떨어지는데 반해 경품 지급 등의 비용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LTE에 1조원이 넘는 대규모 투자를 집행할 계획인 LG유플러스로서는 비핵심 사업에 대한 비용 지출을 줄이면서 내실을 기해야 한다는 판단을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