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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까지 친구로…대선주자들 레이건의 '소통 리더십' 본받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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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석학 인터뷰 - (3) '레이건의 거울'로 불린 에드윈 미세 헤리티지재단 펠로

    레이건 리더십은 'Can do' 정신…시장경제에 대한 신념이 뿌리
    정부에서 무슨 일 벌어지는지 국민에게 정직하게 그대로 알려
    정부지출 줄이고 규제 없애 강한 미국시대 열어
    오바마는 레이건과 '거꾸로' 증세 못해 안달…인플레 씨앗 뿌려

    미국이 대선 레이스에 돌입했다. 3일(현지시간) 열리는 공화당의 아이오와주 코커스(당원대회)가 첫 신호탄이다. 재선을 노리는 민주당 소속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오는 11월6일 맞대결할 공화당 후보가 주(州)별 경선을 거쳐 확정된다.

    대통령선거는 단순히 권력을 누가 갖느냐를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국가의 새로운 아젠다가 만들어진다. 미국이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요즘 미국 국민들 사이에서는 ‘할 수 있다(can do)’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강한 미국을 건설했던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에 대한 향수가 짙어지고 있다. 특히 에드윈 미세 미국 헤리티지재단 펠로(81)는 “침체됐던 경제를 살려내고 외교·군사력을 강화해 미국의 리더십을 되찾은 레이건식 정부를 원하는 국민이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레이건과 30년 지기로 레이건 정부 때 법무장관을 지낸 그는 “레이건 리더십은 ‘할 수 있다’는 미국 정신과 시장경제에 대한 확고한 신념이 요체였다”고 강조했다. 워싱턴 연방의회 인근에 위치한 헤리티지재단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레이건이 왜 훌륭한 대통령인가.

    “그가 취임한 1981년 당시 미국은 대공황 이후 경제적으로 가장 힘든 시기였다. 그는 전임자인 지미 카터 대통령에게서 7.5%의 실업률과 12.5%에 달하는 물가상승률을 물려받았다. 미국은 글로벌 리더십을 거의 상실한 상태였다. 베트남전 패배 이후 군대는 무기력해졌다. 부품이 부족해 전투기를 띄우지 못하고, 훈련된 병사들이 모자라 전투함도 운항하지 못한다는 자조 섞인 말이 난무했다. 미국은 비틀거렸고 학자들은 자본주의가 내리막길에 들어섰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회주의에 미래를 빼앗길 것이라고 비아냥댔다. 한마디로 미국은 좌절감이라는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레이건은 그런 좌절을 희망으로 돌려놨다.”

    ▶어떻게 돌파했나.

    “그는 ‘할 수 있다’ ‘미국은 위대하다’는 미국 정신을 되살렸다. 정부의 역할과 규제를 줄이고 민간 기업의 자율을 확대하는 경제정책인 ‘레이거노믹스(Reaganomics)’로 승부수를 던졌다. 취임 1년 후 경제성장률은 8~9%로 높아졌다. 그가 퇴임할 때 실업률은 5.4%, 물가상승률은 4.4%로 떨어졌다. 외교와 군사력을 강화해 옛 소련을 효율적으로 봉쇄했다. 이는 소련이 해체되고 그 결과 냉전시대가 막을 내리는 주된 요인이 됐다.”

    ▶배우 출신으로 정치 경험이 없었는데.

    “레이건은 항상 긍정적이고 낙관적인 태도로 국민에게 호소했다. 솔직하고 정직했다. 1966년 캘리포니아 주지사로 당선됐을 때다. 주변에서는 ‘배우 출신이 무슨…’이라며 그를 조롱하기 일쑤였다. 정계와 학계에선 캘리포니아주와 같은 큰 지방정부를 운영할 수 있겠느냐고 의심했다. 그가 공화당의 대통령 후보로 최종 지명받았을 때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그는 미국이 어디로 가야 할지 비전을 내놨다. 겸손했지만 허약하지 않았다. 레이건은 민주당이 장악하고 있는 하원에서도 지지를 이끌어내는 정치적 수완을 발휘했다. 불법 파업에 나선 연방 항공관제사들에게 단호하게 대응했다. 업무 복귀 시한을 어긴 채 불법 파업을 계속한 관제사들을 과감히 해고했다.”

    ▶국민은 왜 그를 지지했나.

    “그가 보여준 진정성이 국민에게 통했다. 정적들은 그를 과소평가했지만 레이건은 그것을 오히려 활용했다. 레이건은 누구와 만나든 자신을 감추는 법이 없었다. 백악관 참모들과 대화를 하든, 일반 지지자들과 대화를 하든 한결같았다. 대통령 취임 직후 첫 각료회의에서 ‘나는 국민을 위해 여러분으로부터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옳은 것인지 듣고 싶다’고 말했다. ‘각료들의 조언을 정치적으로 채색해 듣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정적들조차 친구로 만드는 진정성이 그를 ‘위대한 소통자’로 만들었다.”

    ▶타고난 소통기술이 있었나.

    “그가 캘리포니아 주지사를 하던 때였다. 난 당시 주 법무장관으로 일하고 있었다. 주지사와 주정부 경찰관들이 처음으로 자리를 함께하기로 돼 있었다. 그에게 미리 말할 내용을 정리해 줬다. 그런데 그는 요지가 적힌 노트를 챙기지 못하고 회의에 참석했다. 난 식은땀이 줄줄 흘렀지만 괜한 기우였다. 레이건은 무려 20분간 연설을 이어갔다. 중간중간 유머를 곁들여 가면서 요지를 완벽하게 소화해 발표한 것이다.”

    ▶말을 잘하는 재능이 있는 게 아닌가.

    “말도 잘하지만 인내심이 뛰어난 게 장점이다. 레이건은 원하는 정책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끝까지 인내하면서 추진했다. 국내에서는 세제를 개혁하고 대외적으로는 소련이 미사일을 철수하도록 협상할 때 인내하며 밀어붙여 결국 목표를 달성했다. 그는 ‘의회나 다른 국가와 협상할 때 빵 반쪽이라도 건질 게 있으면 일단 수용하고, 그 다음에 다른 기회가 왔다 싶을 때 나머지 반쪽도 즉시 갖겠다는 자세로 임했다’고 털어놓았다.”

    ▶‘레이거노믹스’도 같은 맥락으로 봐야 하나.

    “레이건은 자신이 추구하는 원칙에 강한 자신감을 갖고 있었다. 그의 리더십 원천은 비전이다. 그 비전은 확고한 원칙에서 비롯됐다. 미국의 건국 이념과 역사에 기반한 원칙, 즉 ‘작은 정부와 규제 완화’에 대한 것이었다. 시장경제에 대한 믿음도 강했다. 그는 집권하자마자 내로라하는 경제학자들로 경제자문위원회를 구성했다. 밀턴 프리드먼 같은 세계적 경제학자들과 토론하면서 조언을 받았다. 세제와 규제를 개혁하고, 중앙은행(Fed)과 협조해 안정적인 통화정책을 유지한 것, 정부 지출을 줄인 게 레이거노믹스의 핵심이었다.”

    ▶정부 부처 운영 능력은 어땠나.

    “그는 다른 대통령과 달리 내각을 십분 활용했다. 내각에서 최대한 정책과 효율적인 국정운영 정보를 뽑아냈다. 내각 운영 방식은 세 가지였다. 각 부처 장관들 전체와 만나는 회의를 가졌다. 외교안보, 국내 경제정책 등과 관련한 각종 위원회를 내각 안에 갖추고 이들 위원과 자주 만났다. 장관들은 대통령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정책의 목표가 뭔지 꿰뚫었다. 그는 여기에다 차관, 부장관 등을 수시로 만나 아이디어를 얻었다. 해마다 1월에는 그가 정치적으로 임명한 관료들을 한꺼번에 대형 홀에 불러 모아 허심탄회하게 대화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는 3000명이 넘는 이들에게 한 해의 정책 목표를 제시하고 협조를 구했다.”

    ▶장관들에게 숙제를 준 일화도 있다.

    “레이건은 취임하자마자 리더십 연구서(Mandate for Leadership)를 장관들에게 돌리고선 독파하라고 지시했다.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이 1979~1980년 기획하고 개발한 제안서였다. 세제 개혁, 정부 조직 간소화, 공무원들의 생산성 제고, 규제 개혁을 담았다. 레이건은 장관들이 제안서를 읽은 후 각 부처의 목표와 운영 방식을 정하고 정책 아젠다로 반영하라고 했다. ”

    ▶레이건 리더십이 요즘도 통용될까.

    “레이건식 리더십을 본받을 필요가 있다고 본다. 올해 대선에 나선 공화당 후보들이 그의 원칙과 정신을 배웠으면 한다. 대통령의 리더십은 국가와 국민의 미래를 결정할 수 있다. 지금 미국은 여러 가지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레이건처럼 철학이 있고 원칙이 있는 비전과 정책 목표가 있어야 위기를 극복할 것이라고 본다. 세계적으로 보면 레이건과 같은 시기에, 그와 같은 리더십을 발휘한 영국의 마거릿 대처 총리, 독일의 헬무트 콜 총리를 그리워하는 향수가 있는 것도 마찬가지다.”

    ▶레이건과 오바마 대통령을 비교한다면.

    “불행히도 오바마 대통령은 레이건이 추구했던 정책 방향과 정반대로 가고 있다. 레이건은 광범위하게 세금을 인하했지만 오바마는 세금을 못 올려 안달이다. 레이건은 불필요한 규제를 도려냈다. 반면 오바마는 규제를 늘리고 있다. 레이건은 안정적인 통화정책을 사용했다. 오바마는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정부 지출과 부채를 늘리고 있다. 달러를 대량으로 찍어내 인플레이션을 초래할 수 있는 씨를 뿌렸다. 레이건은 세금 인상으로 국민의 부(富)를 빼앗고, 수많은 규제로 기업들의 창의와 혁신을 질식시키지 않았다.”

    에드윈 미세는, 30년 동안 레이건 곁에서 '그림자 보좌'

    예일대 법대 출신으로 1967년 당시 로널드 레이건 캘리포니아 주지사 아래에서 주법무장관을 맡으며 그와 첫 인연을 맺었다. 레이건은 대통령이 된 후에도 그를 곁에 뒀다. 미세는 1980년 레이건 정부 정권인수팀장, 1981~1985년 백악관 수석 정치자문위원, 1985~1988년 연방정부 법무장관을 지냈다. 복잡한 사안을 알기 쉽게 전달하는 그의 달변은 레이건 화법과 닮아 ‘레이건의 거울’로 통했다. 1988년 합류한 헤리티지재단에서는 공공정책 연구분야의 ‘로널드 레이건 펠로’ 겸 사법연구센터 위원장을 맡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리더십, 윤리, 치안’ ‘미국을 더욱 안전하게 만들기’ ‘레이건과 함께:그 내막’ 등이 있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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