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000달러(115만원)만 내면 자신의 유전자 지도를 볼 수 있는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는 외신보도가 나왔다. 싼값에 게놈(genome) 서열을 분석해내는 장비를 미국 연구진이 개발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정확한 얘기가 아니다. ‘오믹스(omics)’에 대한 개념이 들어있지 않아서다.

오믹스는 생물정보학, 시스템생물학의 핵심 개념으로 집합체(體) 연구를 뜻한다. 게놈은 유전자(gene)와 염색체(chromosome)의 합성어로 유전체, 즉 집합체의 일종이다. 2003년 완성된 인간 게놈 프로젝트는 30억개의 인간 DNA 염기쌍 서열 가운데 겨우 약 3만개의 유전자를 찾아낸 것이다. 유전자는 DNA 중 유전 정보를 갖고 기능하는 의미 있는 ‘부분’을 말한다. 밝혀지지 않은 다른 유전자가 훨씬 많을 수도 있고, 밝혀진 유전자들 간 상호작용도 규명되지 않은 부분이 많다는 얘기다.

박승빈 KAIST 공대 학장(생명화학공학부 교수)은 “인간의 유전 정보를 밝히려면 유전자의 정확한 위치와 염기서열, 기능을 규명해 ‘유전자 지도’를 완성해야 한다”며 “게놈 프로젝트는 이 거대한 계획의 극히 일부분일 뿐”이라고 말했다.

‘유전자 지도’를 그리는 것은 ‘오믹스’로 가능하다. 예를 들면 단백질의 총체인 단백체(프로테옴·proteome) 지도를 그려 유전자가 단백질로 변해 어떤 작용을 하는지 알아야 한다. 이것이 단백체학(프로테오믹스)이다.

또 유전자가 단백질로 변하기 전 중간 단계인 전사체(트랜스크립톰·transcriptome)를 분석해 지도를 그려야 한다. 이것이 전사체학(트랜스크립토믹스)이다. 몸의 신진대사 결과물(대사체·metabolome)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도 알아야 한다. 이것이 대사체학(메타볼로믹스)이다. 이들뿐 아니라 유전체 단백체 전사체 대사체 등의 상호작용을 연구하는 생리체학(physiomics)도 등장했다.

광주과학기술원(GIST)의 김도한 생명과학부 교수팀은 최근 유전체 전사체 단백체 등과 관련 있는 500종 이상의 생체구성인자 경로지도를 완성하고 이를 ‘뉴클레익 에시드 리서치’지에 실었다고 밝혔다. 세포 조직 기관의 작용과 질병 간 연관관계에 대한 종합 정보가 담겨 있다는 것이 연구팀의 주장이다. 그러나 ‘완성’이 힘든 오믹스의 특성을 고려할 때 종합 정보라기보다는 ‘일부 정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