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완 장관 "세법 누더기…정부가 소득세 보완책 내놓겠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사진)은 국회가 지난달 31일 소득세 최고세율을 정부와 협의 없이 기습 인상한 것에 대해 “세법을 누더기로 만든 임기응변에 불과하다”고 혹평했다.

그는 2일 재정부 시무식 직후 기자간담회를 갖고 “올해 가을 정기국회 때까지 공평과세 차원에서 보완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당초 국회 기획재정위원회가 여러 차례 숙의를 거듭한 결과 현행 세율 체계와 과세 구간을 유지하되 시간을 갖고 전면 개편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기획재정위 일부 의원들이 이 약속을 어기고 지난달 31일 본회의에서 연소득 3억원 초과 구간(과표기준)을 신설하고 소득세율을 38%로 올리는 수정안을 기습 상정했다는 것이다.

박 장관은 “만장일치로 합의해놓고 이를 뒤집은 것은 필시 무슨 곡절이 있을 것”이라며 “의회 정치가 기존 도식에서 벗어나 창의적인 입법안 처리를 도입했다”고 비꼬았다. 국회 본회의에서 세율과 세법에 대한 충분한 논의 없이 법안이 처리되면서 이명박 정부의 ‘얼굴’인 감세정책이 완전히 사라지게 된 데 대한 불만의 표시로 해석된다.

세법 재개정의 필요성에 대해 박 장관은 “조세 공평성 차원에서 문제가 있다”는 점을 들었다. 법인세는 이번 세법 개정에서도 중소기업은 감세 혜택을 봤고, 소득세도 현 정부 들어 최고세율 구간을 제외하고 감세가 이뤄졌지만 유독 최고 소득구간에서는 전혀 혜택을 못봤다는 것이다.

그는 “소득세율 개정의 부작용을 완화하고 좀 더 다른 측면에서 영향과 공평과세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9월) 정기국회 때 문제점을 완화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와의 합의를 깨고 세율이 개정된 만큼 정부 주도의 세법 개정안을 통해 이를 바로잡겠다는 뜻이다.

박 장관은 이날 재정부 시무식에서 직원들에게 “기획재정위와 예결위뿐만 아니라 법사위 등 모든 상임위의 파수꾼이 되어 달라”며 “나도 각 상임위의 불청객 노릇을 마다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국회의 비정상적인 입법행태를 경계하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박 장관은 올해 경제전망에 대해 “여러 가지 복합위험이 있어 지난해보다 여건이 더 어렵고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