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따운 소녀가 당신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다. 그렇다고 놀랄 건 없다. 차분하게 무언가를 응시하는 그 투명한 눈동자 속엔 어떤 가식도, 욕망의 그늘도, 의심의 흔적도 찾아볼 수 없으니 말이다. 그 해맑은 마음의 창 속에서 우린 오로지 사람과 세상에 대한 호기심만을 확인할 수 있을 뿐이다.

새해에는 세상에 대한 의심과 두려움의 장막을 거두자. 우리가 친 마음의 장막은 또 다른 장막을 드리우게 되고 그럴 때마다 우리의 시야는 시나브로 혼탁해질 따름이다. 장막이 걷힌 투명한 눈동자만큼 아름다운 것은 없다. 그 앞에서 허위와 만용은 슬며시 꼬리를 내릴 수밖에 없다.

무리요(1617~1682)의 ‘소녀와 가정교사’를 새해 선물로 전한다. 근심과 걱정이 눈앞을 가릴 때 창밖으로 얼굴을 내민 소녀와 눈을 마주해보라. 그대 마음에 희망이 용솟음칠 터이니.

정석범 문화전문기자 sukbum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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