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과장 & 李대리] 신참같은 팀장님께, 임원같은 막내에게…"우리 올해는 좀 달라집시다"
# 박 부장님. 자리에 계실 때 제발 양복 바지 허리춤 풀고 앉아 계시지 마세요. 거기에 눈길이 갈 때마다 제 안구가 민망스러워요. 사원증에 있는 부장님의 젊을 적 사진은 ‘샤프’ 그 자체인데…. 올해는 뱃살 좀 빼세요. 네?

# 정 대리. 부탁컨대 앉아서 침 흘리면서 졸지 좀 마. 여기가 학교도 아니고 말이야. 거기다가 부랴부랴 침 닦은 손으로 결재 서류 들이밀 땐 그 손 좀 어떻게 하고 싶은 충동을 느껴.


[金과장 & 李대리] 신참같은 팀장님께, 임원같은 막내에게…"우리 올해는 좀 달라집시다"
# 우리팀 자랑스러운 막내 송 주임 보시게. 일도 잘하고 놀기도 화끈하게 노는 자네는 진짜 우리 인사팀의 복덩이야. 그런데 여자친구하고 통화는 사무실 밖에서 해주게. 자네가 전화기를 들고 혀 짧은 소리로 “자기야, 오늘 머해떠?” 할 때면 정말 닭살이 돋아.

김 과장, 이 대리들도 2012년 새해를 맞았다. 올해도 ‘별탈 없이 잘돼야 될 텐데’ 하는 소박한 희망을 가져본다. 신년을 맞아 지난 1년간 동고동락했던 선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도 많을 게다. 지난 1년간 ‘김과장&이대리’팀의 지면 제작에 도움을 준 각 기업의 열혈 취재원들이 팀원들에게 바라는 희망 사항을 모아봤다. “우리 올해는 좀 달라집시다!”

◆‘너무 발랄한’ 김 대리에게

김 대리가 벌써 부서에 전입 온 지도 1년이 다 돼가는구나. 그때 너의 미모에 반한 남자 직원들의 생기 어린 눈빛이 아직도 기억나네. 늘 발랄하고 서글서글한 모습으로 부서의 분위기 메이커가 돼줬지. 그런데 출근하자마자 거리낌없이 쿠폰 사이트를 섭렵하고, 메신저창 서너 개를 띄워놓고 친구들과 발랄하게 대화를 나눌 때는 좀 지나친 면이 있구나 싶어. 불러서 잔소리를 좀 하려고 하면 죄책감 하나 없는 서글서글한 미소로 ‘네, 주의할게요. 부장님 파이팅~’이라며 채 말 끝나기 전에 자리로 돌아갈 때는 솔직히 어이가 없지. 김 대리, 사실 이제 발랄함이 먹히는 나이는 지났거든. 미안해. 진심이야. 대신 올해는 진지함과 성실성으로 승부한다면 진정한 부서의 분위기 메이커가 될 수 있을 거야.

성 과장님에게. 부장님한테 치이고 당돌한 후배 직원들한테 받치시느라 작년 한 해도 고생 많으셨습니다. 제가 입사했을 당시 과장님은 갓 대리진급을 한, 호연지기가 넘치는 사나이셨죠. 그런데 그 옛날의 ‘남자의 향기’는 오간데 없이 어느덧 ‘얍삽한 뚱보’가 돼버린 과장님께 작년에 몇 번의 실망을 했답니다. 한여름 땡볕이 작렬했던 어느 날로 기억합니다. 제가 봄부터 공들인 프로젝트가 열매를 맺을 때였죠. 왜 그거 과장님이 총괄하신 것처럼 보고하셨어요? 게다가 그걸 왜 본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자랑하십니까? 우리 새해엔 이러지 마시자고요. 좌우지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요, 예전의 호연지기를 되찾으시는 한 해가 됐으면 합니다.

◆웰빙 종결자, 박 팀장

[金과장 & 李대리] 신참같은 팀장님께, 임원같은 막내에게…"우리 올해는 좀 달라집시다"
기획부 내 밑으로 전원 주목! 그래, 내가 마흔 다 되도록 결혼 못하고 있는 건 자랑은 아니다. 하지만 내가 너희들한테까지 책망을 들어야겠냐. 윗분들이 “결혼 못 가면 어른도 아니다”고 하는 것만 해도 스트레스 받아 죽겠는데 “정 과장님 빨리 장가 가세요”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보통 짜증나는 게 아니야. 좀 소개라도 시켜주고 그런 말을 하던가. 나이 한 살 더 먹어 마음은 더 급해지는데 너희들마저 그러면 난 정말 서러워. 부탁할게.

박 팀장. 팀장님이 어디가도 안 빠지는 웰빙족인 건 회사가 다 아는 일이에요. 몸에 좋다는 건강기능식품은 기를 쓰고 찾아 드시죠. 홍삼, 종합비타민, 클로렐라 등등 서랍에 가득 넣어 두시고 가끔씩 우리까지 챙겨주실 때면 너무 감사드려요. 그런데 문제는 회식이에요. 지난해 우리 회식장소는 항상 팀장님 단골집인 산채정식집이었죠. 팀원들 건강까지 걱정해주시는 팀장님 덕분에 우리는 회식 때마다 신선한 나물과 채소만을 먹어야 했죠. 삼겹살에 소주 한 잔은 저희들에겐 사치예요. 물론 술도 1병으로 끝이고. “팀장님~ 올해도 건강하시고요, 그런데 회식장소 좀 제발 바꿔요. 네?

◆김과장&이대리에서 좀 빼주세요~

상무님. 지난 1년간 상무님 출근하시면 어깨 주물러드리던 때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네요. 여자친구가 제 팔뚝 근육이 몰라보게 좋아졌다고 하네요. 신년에는 ‘윤 대리, 잠깐만. 미안한데 여기 목 좀 세게 눌러봐”하는 부탁 좀 안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올해도 계속 시키시면 제 월급이라도 털어서 상무님 의자를 안마의자로 바꿔 드릴까 생각 중이에요.

나 대리님. 저 김 주임이에요. 올해도 시무식이 끝나면 커피 한 잔 들고 나타나실거죠. 지난해 나 대리님 커피 타러 가는 횟수를 유심히 세어보니 평균 1시간에 3번꼴 정도 되데요. 박 과장님도 “나 대리님이 회사에 커피를 마시러 오는 건지, 일을 하러 오는 건지 모르겠다”고 할 정도니까요. 차라리 나 대리님 책상에 캡슐커피 머신 하나 놔드려야 하는 것 아닌가 싶어요. 아무튼 커피는 많이 마시면 몸에 안 좋답니다.
[金과장 & 李대리] 신참같은 팀장님께, 임원같은 막내에게…"우리 올해는 좀 달라집시다"
고 기자님. 지난 한 해 김과장&이대리 기사 쓰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김과장&이대리 볼 때마다 늘 공감합니다. 저도 지난 한 해 취재원이 돼서 사내에서 사례 찾는다고 이 부서 저 부서 들쑤시고 다니느라 정신이 없었네요. 제 사례가 기사화되는 걸 보고 뿌듯함도 많이 느꼈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저 좀 빼주시면 안 될까요? 이제 사례를 보면 사람들이 “이거 네가 얘기한 거지?”하고 다 알아요. 다른 부서에 가면 “이번에 뭘 캐러왔냐? 이번주는 (김과장,이대리) 주제가 뭐냐?” 이 말부터 한답니다.

고경봉/윤성민/노경목/강영연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