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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자칼럼] 행복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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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형규 논설위원 ohk@hankyung.com
    주관적인 행복을 수치로 잴 수야 없겠지만 그런 시도는 적지 않았다. 미국 경제학자 새뮤얼슨은 ‘행복=소유÷욕망’으로 정의했다. 소유가 일정하다면 욕망을 줄여야 행복해질 테니 불교의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와도 통한다.

    영국 심리학자 로스웰은 ‘행복=P+(5×E)+(3×H)’이란 행복공식을 제시했다. 인생관 적응력 등 개인적 특성인 P(personal)보다 건강 돈 등 생존조건인 E(existence)가 5배, 개인의 자존심 야망 등 상위욕구를 뜻하는 H(higher order)가 3배 더 중요하다는 얘기다.

    국가 간 비교 잣대로 영국 민간 싱크탱크인 신경제재단(NEF)의 행복지수(HPI)가 흔히 인용된다. 2009년 143개국을 조사해보니 10위권이 베트남(5위)을 빼곤 코스타리카 도미니카 등 중남미 국가 일색이었다. 천혜의 환경, 낙천적 국민성에 행복인자가 있는 것 같다. 한국은 68위였다. 2006년(102위)보다 엄청 높아졌지만 그 이유에 대한 설명은 없다.

    행복지수 1위로 알려진 히말라야 밑의 작은 나라 부탄은 순위가 2006년 8위, 2009년 17위로 떨어졌다. 소득이 오르면서 집집마다 TV가 보급돼 바깥 세상 소식을 접하면서 불만이 늘어난 탓이라고 한다. 그만큼 행복은 상대적이다.

    하지만 부탄은 1970년대 국내총생산(GDP)이 아닌 국민총행복(GNH)을 내세워 최초의 행복지수 개발국가로 꼽힌다. 일정수준 이상에선 소득이 높아진다고 국민이 더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라는 이스털린의 역설도 있다. GNH 개념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새롭게 부각됐다. OECD는 주거 환경 안전 등 11개 항목을 토대로 회원국 GNH 순위를 매긴다. 호주가 1위, 한국은 26위다. 프랑스 사르코지 대통령은 2008년 스티글리츠에게 행복GDP 개발을 의뢰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청와대가 2009년 국민행복지수를 만들겠다고 나선 적이 있다. 결국 식언이 돼 차라리 말을 안 꺼내느니만 못했다. 박근혜 한나라당 비대위원장 측도 GDP 대신 스티글리츠식 행복지수에초점을 맞추겠다고 밝혀 두고 볼 일이다.

    새해를 맞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덕담을 주고받는다. 하지만 마음은 무겁다. 한경과 현대경제연구원이 조사한 경제적 행복지수는 작년 하반기 37.8로,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았다. 일자리와 소득 부진, 고물가 탓이다. 4~5년째 이어진 심각한 저성장의 결과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성장은 잊혀진 용어가 돼 버렸다.

    오형규 논설위원 o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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