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윤대 "올해는 체력단련…도약기회 보겠다"
“태풍이 오고 바람이 불 때는 체력을 기르면서 기회를 기다리는 게 최선입니다. 올해는 몸 관리를 하는 한 해가 될 것입니다.”

어윤대 KB금융 회장(67·사진)은 1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신년 인터뷰에서 내실을 강조했다. 어 회장은 “KB금융은 지금 헬스장에서 매일 푸시업을 하면서 체력단련을 하는 중”이라며 “꾸준히 하다 보면 기회를 잡아 한 단계 크게 성장할 기회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어 회장은 은행 부문의 경우 올해는 규모 경쟁을 할 때가 아니라고 진단했다. KB금융의 주력 자회사인 국민은행은 국내 최대 은행이다. 지난해 총수신이 국내 은행 중 처음으로 200조원을 넘어섰고 총여신도 181조원에 이른다. 2위권과는 아직까지도 격차가 상당한 편이다.

어 회장은 금융시장이 살얼음판을 걸을 때 규모 경쟁이나 대형 인수·합병(M&A)에 나섰다가는 은행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다. 대신 인재 양성에 힘쓰고, 대학생 고객을 늘리고, 우량 중소기업 거래를 확대하는 등의 노력을 통해 내실을 튼튼히 다지겠다고 덧붙였다.

어 회장은 그러나 비은행 부문의 경우 성장에 신경쓰겠다고 밝혔다. “올해 자산증가율을 명목성장률(실질성장률+물가상승률) 이하로 관리할 계획인데, 은행이 명목성장률 수준의 성장을 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대신 “보험·증권·저축은행 등 비은행 부문의 성장에 주력하겠다”고 그는 덧붙였다.

다만 한동안 KB의 인수 가능성이 회자됐던 동양생명·교보생명 등을 사는 것은 아니라고 일축했다. 동양생명은 시너지 나지 않아서, 교보생명은 경영권을 가져올 수 없어서다. 두 회사와의 M&A에 대해 어 회장은 “마치 (KB금융의 광고모델인) 이승기와 김연아가 잘 어울리는 한 쌍인데 본인들은 생각이 없는 것과 같은 경우”라고 비유했다.

어 회장은 해외 M&A 계획도 당분간 없다고 했다. KB금융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7배 정도로 낮아 주주들이 PBR이 더 높은(가격이 더 비싼) 외국 금융회사를 사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남아프리카공화국 최대 은행인 스탠더드은행이 지분 5%를 매입하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해왔지만 PBR이 높아 거절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달러·유로화 예금 기반을 확충해야 세계적인 은행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현대차·삼성전자 등은 글로벌 시장에서 자금을 직접 조달하는 게 국내 은행들로부터 외화자금을 빌리는 것보다 더 싸다”고 그는 말했다. 국내 은행들은 외화예금 기반이 없어 비싼 값에 외자를 빌려쓰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어 회장은 “외화예금 기반을 확충하지 않고선 국내 은행이 삼성전자와 같은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움할 수 없다”며 “장기적으로 외국 금융사 M&A를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어 회장은 2011년 KB금융 순익 규모에 대해서는 “시장의 기대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증권시장에서는 지난해 KB금융의 순이익을 2조6000억~2조7000억원 수준으로 보고 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