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결속 급한 北 "미군 철수·한나라 심판"
북한은 1일 발표한 김정은 체제의 첫 신년공동사설을 통해 ‘유일적 영도체제’와 충성을 강조했다. 또 ‘강성부흥’과 ‘선군’을 강조하며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유훈을 이어가겠다는 뜻도 밝혔다.

북한은 이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군기관지 조선인민군, 김일성사회주의청년동맹 기관지 청년전위 등 3개 매체에 ‘위대한 김정일 동지의 유훈을 받들어 2012년을 강성부흥의 전성기가 펼쳐지는 자랑찬 승리의 해로 빛내이자’는 제목의 공동사설을 발표했다.

사설은 올 한 해를 “김일성조선의 새로운 100년이 시작되는 장엄한 대진군의 해”라고 규정했다. 김정은 시대의 개막을 알린 것이다. 김정은 체제의 첫 번째 과제로 김정은 중심의 단결을 제시했다. 사설은 “우리 당과 인민의 최고영도자 김정은 동지는 선군 조선의 승리와 영광의 기치”라며 “전당, 전군, 전민이 김정은 동지를 결사옹위하며 위대한 당을 따라 영원히 한길을 가려는 투철한 신념을 지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정부 당국자는 “김 위원장 사망 이후 김정은 체제를 확고히 하는 데 방점을 찍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경제 분야에서는 새로운 비전 없이 기존에 언급된 방향을 재확인하는 수준이었다. 그간 강조해온 ‘강성대국의 문을 여는 해’인 2012년이 됐지만 ‘강성대국’ 대신 ‘강성국가’라는 표현을 사용해 경제 발전이 목표치에 미치지 못한 현실을 반영했다. “현 시기 인민들의 먹는 문제, 식량 문제를 푸는 것은 강성국가 건설의 초미의 문제”라고 주장했지만 뚜렷한 비전 제시 없이 “당조직들의 전투력과 일군들의 혁명성은 식량 문제를 해결하는 데서 검증된다”고 밝히는데 그쳤다.

다만 ‘지식경제 강국’을 강조한 점은 주목된다. 사설은 컴퓨터제어기술(CNC)의 성과를 언급하며 “인민경제 모든 부문, 모든 단위에서 자체의 새 기술개발 능력을 결정적으로 높이며 우리 경제의 면모를 기술집약형으로 변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북관계에 대해서는 우리 정부를 ‘남조선 역적패당’ 등으로 지칭하며 “북남관계를 파국으로 몰고가는 동족대결책동을 반대배격해야 한다”며 “남조선에서 집권세력은 준엄한 심판 대상이 되고 있다”고 주장해 향후 대남 강경기조를 이어갈 뜻을 분명히 했다. 또 5년 만에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한 점도 주목된다.

대외부문에서는 미국과 핵에 대한 언급은 내놓지 않았다. 다만 지난해 김 위원장의 중국·러시아 방문을 강조해 올해 역시 중·러와의 경제 협력을 강화할 뜻을 시사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미국과 핵을 모두 언급하지 않은 것은 앞으로 예상되는 북·미대화와 6자회담 재개를 염두에 둔 것”이라고 분석했다. 앞서 북한은 지난 12월30일 노동당 정치국회의를 통해 김정은을 인민군 최고사령관으로 추대했다.

한편 김정은은 이날 ‘근위서울류경수 제105탱크사단’을 방문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전했다. 근위서울류경수 제105탱크사단은 6·25전쟁 당시 서울에 처음 입성한 전차부대로 김일성 주석의 빨치산 동료인 류경수 사단장의 이름을 땄다.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생전에 새해 첫 공식활동을 이 부대 시찰로 시작한 사례가 종종 있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 北 신년공동사설

노동신문과 조선인민군보, 청년전위 등 3개 매체의 공동사설 형식을 빌려 북한 새해 정책의 큰 방향을 밝히는 일종의 신년사다. 1946년 1월1일 김일성 주석이 ‘신년을 맞으면서 전국 인민에게 고함’이라는 연설을 한 것을 시작으로 신년사 발표는 북한의 연례행사가 됐다. 김 주석 생전에는 육성을 통해 신년사를 발표했고 주민들은 이를 받아적으며 그 내용을 암기해야 했다. 1995년 김 주석 사후부터는 3개 신문 공동사설로 형식을 바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