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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설] 2. 기업은 어려울수록 더 열심히 투자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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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식이 빗나간다고 부모까지 태업할 수는 없지 않나
    한국은행, 전경련, 산업연구원 등이 발표한 올해 기업경기실사지수 전망치가 일제히 곤두박질쳤다. 금융위기 상황으로 되돌아간 분위기다. 정부도 내년 설비투자 증가율이 3%대에 머물 것으로 전망했다. 기업들이 그만큼 심리적으로 위축돼 있다는 얘기다. 유럽 재정 위기 등 세계경제의 불확실성과 내수부진, 그리고 북한 변수, 총선 대선 등 정치상황을 생각하면 기업들의 위축도 이해가 간다. 하지만 움츠러들수록 경제는 가속적으로 나빠질 뿐이다.

    기업들이 뛰는 것 말고 경제를 살릴 방도는 없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놓고 호사스런 입방정들이 많지만 기업이 기업활동 그 자체에 매진하는 것보다 더 높은 사회적 가치를 만드는 방법은 없다. 열심히 투자하고 일자리를 늘리는 기업이야말로 기업 본질에 가장 충실한 최고의 기업이다. 아무리 정치상황이 난장판이고 반시장경제 광풍이 불어도 그 때문에 기업들이 태업을 한다는 비판을 들어선 안된다. 그것은 정치가 아니라 나라가 망하는 길이다. 기업은 묵묵히 자기의 길을 걸어가자. 자식이 비뚤어진 길로 간다고 아버지까지 덩달아 엇길로 갈 수는 없다. 그게 책임이 무거운 자가 걸어가야 하는 바른길이다.

    그런 점에서 삼성 현대차 롯데 GS 등이 내년에 투자를 확대하기로 결정한 것은 정말 잘한 일이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세계경제가 어려울 때 더 적극적으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GS그룹의 허창수 회장 역시 새해엔 사상 최고액을 투자하겠다고 이미 밝혔었다. 고마운 일이다. 사실 기업들이 자신감을 갖고 투자에 나선다면 내년 경제를 비관적으로만 볼 이유도 없다. 중국 인도 등 신흥시장이 여전히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고 미국 경제도 되살아나는 분위기다. 길게 보면 지구촌에 새로운 경제질서가 형성되는 지금이야말로 공세적 투자를 노려볼 적기다. 저성장의 뉴노멀이 왔다고 하지만 이때야말로 자원배분의 조정이 일어나면서 새로운 산업혁명이 나타났던 창조적 파괴의 시기였다. 한국 기업의 저력을 다시 한번 발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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