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정부가 한국 드라마 제한령을 내렸다. 자국산 대신 외국 수입 프로그램들이 안방을 독차지하자 대만 당국이 규제에 나선 것이다.

1일 타이베이타임스 빈과일보 등 현지 언론들에 따르면 대만 국가통신전파위원회(NCC)는 최근 케이블방송사 GTV의 채널 허가를 갱신하면서 황금시간대인 평일 오후 6시부터 자정 사이에 최소 한 시간 이상 한국 드라마 이외의 프로그램을 방송할 것을 조건으로 달았다. GTV는 대만의 대표적인 드라마 전문 케이블TV로 ‘당신이 잠든 사이’ ‘공주의 남자’ 등 한국 드라마를 방송하고 있다. GTV는 NCC의 요구에 따라 오는 6월부터 한국 드라마 편성시간을 줄일 계획이다. 첸정창 NCC 대변인은 “채널 허가 갱신은 공정하게 이뤄졌다”며 “모든 채널은 특정 국가의 프로그램 의존도는 낮추고 프로그램의 수준은 높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NCC의 한국 드라마 제한 방침은 다른 케이블 방송사에도 전달된 것으로 전해졌다. NCC는 단계적으로 한국 드라마 이외의 프로그램을 의무적으로 방송하는 시간대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9월에는 대만의 행정 책임자인 우둔이 행정원장(총리)이 “대만 TV 프로그램이 진부하고 매일 모두 외국, 특히 한국 드라마를 방송하고 있다”며 한국 드라마 범람을 언급하기도 했다. 대만의 한 대학교수는 빈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시청자의 선택을 강요할 수 없다”며 “대만 드라마의 수준이 높아지지 않는다면 이런 정책이 지지를 받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