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지사, 임진각서 종 치다 소방관들 갑자기 찾더니…
"나는 여기에 살겠네. 가슴 뜨거운 이곳에…."

2012년을 한 시간 앞두고 최전방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에 '난 여기에 있네(윤도현)'의 노랫말이 울려 퍼졌다. 평화누리 공원 한 가운데는 달집이 마련됐다. 시민들은 소원이 담긴 색색의 종이를 들고 달집 주변으로 모여들었다. '우리 가족 정말 사랑한다', '엄마·아빠 2012년에도 건강하시고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등 노끈에 묶인 쪽지가 달집을 가득 메웠다.

‘덩 덩 덩따쿵따’ 자진모리 장단이 광장을 감싸고 울려 퍼졌다. 본격적인 행사가 시작되기도 전이었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 14일째. 새해를 앞둔 임진각엔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손 잡은 연인, 아이들을 동반한 부부, 끼리끼리 모여 수다를 떠는 젊은이들이 곳곳에 눈에 띄었다.

11시 30분께.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점화로 달집에 불이 붙었다. 순식간에 타오른 소원의 불길이 눈발 사이로 솟아올랐다. 시민들은 박수와 함께 함성을 쏟아냈다.

“처가가 중국인데 오랫동안 뵙지 못한 장모님이 건강하셨으면 좋겠어요.” 파주 시민 원정남(58)씨의 소원도 활활 타올랐다.

북소리가 점차 빨라졌다. 시민들이 하나 둘씩 술렁이기 시작했다.

“오, 사, 삼, 이, 일!” 2012년을 알리는 평화의 종이 울리자 휘파람과 함성 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다사다난(多事多難)했던 묵은 해를 털어내 듯, 시민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서로의 어깨를 두드렸다.

타종을 마친 김 지사는 “지난해 경기가 많이 어려웠다”며 “올해는 민생을 우선 챙기고 일자리를 만드는 데 공을 들이겠다”고 다짐했다. 장애인·노인 등 취약계층에게 따뜻한 손길을 담은 ‘무한돌봄’도 약속했다.
김문수 지사, 임진각서 종 치다 소방관들 갑자기 찾더니…
김 지사는 이 날 제야행사에서 일정에도 없었던 경기소방본부 천막현장을 방문했다. 그는 제야행사를 별 탈없이 마무리한 소방대원들을 격려했다. 어묵도 함께 나눠먹으며 새해 덕담을 나눴다.

제야행사를 찾아 타종한 유명인사들도 저마다 새해 소망을 털어놨다.

2011년 ‘달빛 길어올리기’로 101번째 작품을 연출한 임권택 감독은 “날씨도 춥지 않고, 오랜만에 흥겨운 하루를 보냈다”며 “하루 빨리 통일이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행사에 참여한 장미란 역도 국가대표도 금메달 소원을 빌었다. 그는 "2012년은 런던올림픽을 앞두고 있어 의미가 있다"며 "건강에 유의하면서 열심히 노력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한경닷컴 박은아 기자 sno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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