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P 임직원들, 3년만에 '훈훈한 연말'
부산 송정동에 있는 선박 엔진부품 제조업체 케이에스피(대표 류흥목) 본사 사무실은 요즘 주주들의 격려 전화에 매일 전화통에 불이 난다. 이 회사 임직원들에게 올 연말은 어느 때보다 뜻깊다. 지난해 법정관리를 졸업한 지 1년 만에 실적 턴어라운드를 일궈낸 데 이어 최근 주당 125원(대주주는 90원)의 현금 배당을 실시하기로 한 것. 김덕윤 부사장은 “수술대에서 벗어난 환자가 1년 만에 정상인처럼 활동하게 된 셈”이라고 말했다.

1991년 설립된 케이에스피는 배기 밸브 스핀들(밸브에 장착돼 연소물의 흡입과 배출을 조절하는 선박엔진용 핵심 부품)을 주력 생산해온 업체다. 현대중공업 두산엔진 STX엔진 등에 제품을 납품하며 이 분야 국내 시장의 70% 이상을 점유, 2006년 600억원대의 매출을 올릴 정도로 안정적으로 성장해왔다. 하지만 2007년 기업 사냥꾼에게 유린당하면서 회사는 곤두박질쳤다. 건강 문제로 경영에서 물러난 오너 대신 경영권을 인수한 투자자가 ‘먹튀’하면서 순식간에 600억원의 부채를 지게 된 것. 매출은 반토막이 났고, 여기저기서 줄소송이 이어졌다. 결국 회사는 2008년 6월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갔다.

하지만 대부분의 임직원은 회사를 떠나지 않았다. 미래가 불투명했지만 그럴수록 후일을 바라보고 새로운 아이템을 찾아 연구·개발(R&D)에 매진했고, 일부 임원은 먼저 봉급을 반납해가며 직원들을 다독였다.

신뢰를 쌓아온 덕분에 기존 거래처와도 거래를 꾸준히 유지할 수 있었고, 2년 만인 작년 11월 법정관리를 졸업했다.

이어 같은 해 11월 우량 기업인 한국공작기계가 이 회사를 인수·합병(M&A)하면서 경영은 곧 정상궤도에 올랐다. 지난해 360억원 수준이던 이 회사의 매출은 올해 600억원 수준으로 60%가량 성장, 법정관리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김 부사장은 “최근 선박용 배기밸브 어셈블리(조립제품) 개발에 성공해 내년부터 현대중공업에 납품한다”며 “뼈를 깎는 노력 끝에 개발한 고부가가치 아이템이 ‘제2 도약’의 발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어셈블리는 이 회사가 기존 생산하던 스핀들에 하우징(틀), 보텀피스(아랫 부분에 씌우는 뚜껑) 등 10여개 부품을 조립한 제품으로, 스핀들 단일 품목에 비해 부가가치가 높고 시장 규모가 크다는 설명이다.

김 부사장은 “현대중공업과는 최초 개발한 2종에 대한 계약만 마쳤지만 내년 4분기까지 전 시리즈(10종) 개발을 완료할 예정”이라며 “2013년도부터 이 분야 매출이 급증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또 계열사 간 시너지 효과가 가시화하고 품목·고객사 다변화 전략이 먹혀 들어가고 있어 더욱 낙관적이라는 평가다.

김 부사장은 “한국공작기계그룹 내 계열사들과 소재, 설비 등을 상호 공급하며 품질 경쟁력을 확보하고 원가를 절감하는 등 큰 효과를 보고 있다”며 “과거 매출 비중이 미미했던 형(形)단조 분야의 매출 비중을 30%까지 높인 것도 힘이 됐다”고 말했다. 류흥목 대표는 “최근 방산업체 등으로 매출처를 다변화하고 중국 등 해외 진출도 적극적으로 추진 중”이라며 “3년 내 매출 1000억원을 달성해 위기 속에 믿고 투자해준 주주들에게 보답할 것”이라고 밝혔다.

부산=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