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글로벌 500대 기업 필승전략, 출처는 손자병법
“동양인은 바둑을 좋아하고 서양인은 체스를 즐긴다. 체스는 상대방의 말을 많이 잡아야 이기는 게임이지만 바둑은 상대편 돌을 포위 공격하는 과정을 통해 집을 짓는 게임으로, 시작할 때는 바둑판이 텅 비어 있지만 끝났을 땐 바둑돌로 가득해진다. 이것이 바로 ‘전’(全)이다.”

《손자, 이기는 경영을 말하다》의 저자는 오늘날 비즈니스 세계에서 사용되는 전쟁식 용어의 유래를 손자병법에서 찾는다. 베이징대 교수이자 중국 군사과학 전문가인 저자 궁위전은 “삼국시대 조조부터 빌 게이츠, 마크 저커버그, 마오쩌둥, 축구감독 펠리피 스콜라리까지 그들의 손에는 손자병법이 들려 있다”며 “1차원적인 경쟁 분석틀을 제공해 온 기업전략 이론서와 달리 손자병법은 ‘상호작용하는 힘의 대결’에 주목한 입체 전략서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바야흐로 ‘블랙스완’의 시대다. 다시 손무가 살아나 비즈니스 현장에 있다면 어떨까. 저자는 바로 여기에 주목해 손자병법이 어떻게 비즈니스에 적용되고 있는지 살핀다.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최고의 승리’라는 손무의 6원칙, 즉 궤도(詭道·적을 속이는 것), 출기(出奇·기묘한 책략), 격허(擊虛·허술한 곳을 치는 것), 임세(任勢·대세에 순응), 주동(主動·주도권), 집중(集中·총력전)은 거의 모든 현대사의 승리원칙을 포괄한다. 2차 세계대전 막바지였던 1943년 프랑스 칼레와 노르망디를 놓고 독일군을 흔들었던 양동작전(궤도), 기존의 전략 관례와 예상을 뒤엎고 일거에 전세를 뒤집었던 인천상륙작전(출기)은 말할 것도 없다.

인텔과 마이크로소프트는 장장 30년간의 협력을 통해 강력한 ‘윈텔동맹’을 구축했고, 후지쓰는 독일 지멘스·영국 STC와 동맹(임세·주동)을 맺고 영토를 넓혔다.

손무가 말한 승패를 가르는 5대 요소, 도(道·비전), 천(天·대세), 지(地·시장), 장(將·리더십), 법(法·조직관리)에 대한 저자의 해석도 인상적이다. “다섯 가지 중 ‘천·지·장·법’ 네 가지는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보완이 가능하지만 ‘도’에 문제가 생기면 만회하기 어렵다. 이런 의미에서 전쟁이나 기업 경쟁의 승부를 결정하는 요소는 바로 비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