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령 및 비자금 의혹에 휩싸인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63)이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전형근)는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주식 매각, 회사자금 횡령·배임 등의 혐의(특경가법상 횡령 등)로 박 회장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18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박 회장은 2009년 6월 금호그룹이 대우건설을 매각할 수 밖에 없다는 미공개 내부정보를 입수한 뒤 금호산업 주가가 폭락하기 전 6월 15일부터 29일까지 자신이 보유한 금호산업 주식 262만주를 팔아 102억원대 손실을 피한 혐의를 받고 있다. 나머지 보유 주식(35만주)은 담보 해지 절차가 지연돼 다음달 3일 매각했다.

박 회장은 또 1999년부터 2009년까지 비상장 계열사인 금호비앤피화학을 포함해 협력업체와 거래하면서 장부를 조작해 자금을 횡령하거나 무담보 또는 낮은 이자로 법인자금을 빌려쓰는 등의 수법으로 회사에 274억원 상당의 손해를 입힌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 조사결과 박 회장은 금호비앤피화학의 법인자금 107억5000만원을 무담보 또는 낮은 이자로 빌려썼으며 포장용 나무박스를 납품하는 업체에 대금을 과다 지급한 뒤 일부를 돌려받는 형식으로 112억6000만원을 빼돌린 것으로 드러났다.

박 회장은 나무박스 납품업체로부터 되돌려받은 약속어음 할인자금인 32억원을 금호석화 주식 매수자금으로 쓰는가 하면, 금호석화에서 나오는 고무 부산물을 자기 소유 회사에 싼값에 팔아 21억8000만원을 부당지원하기도 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검찰은 지난 4월부터 서울 신문로에 위치한 금호석유화학 본사와 거래처 4곳을 압수수색하는 등 박 회장에 대한 수사를 벌여왔다. 박 회장 측은 혐의를 부인하는 대신 친형인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을 사기 등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