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총수 일가의 횡령 및 선물투자 의혹을 수사해온 검찰이 최태원 SK그룹 회장에게 오는 19일 출석하라고 통보함에 따라 수개월을 끌어온 이번 사건 수사가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당초 검찰이 최재원 부회장 선에서 수사를 마무리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었지만 결국 최태원 회장까지 소환되자 세간의 관심은 총수 형제의 사법처리 수위에 집중되고 있다.

검찰은 SK텔레콤 등 SK그룹 계열사가 베넥스인베스트먼트(이하 베넥스)에 투자한 2천800억원 중 497억원을 빼돌리는 과정을 최재원 부회장이 주도해 자신과 형인 최 회장의 선물투자에 사용하도록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최태원 회장 역시 주요 범행인 투자금 횡령 사실을 알면서도 묵인했거나 최소한 보고는 받았을 것으로 보고 있어, 검찰 안팎에서는 두 사람 모두 사법처리를 피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만, 피의자가 형제인 경우 한 사람에게만 구속영장을 청구해 온 전례 등을 고려할 때 검찰이 이들 총수 형제를 둘 다 구속 수사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건이 최재원 부회장이 횡령을 주도하고 최태원 회장이 이를 묵인한 구조로 정리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태원 부회장에게는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최 회장은 불구속 기소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또 총수의 구속이 기업 경영과 해외 신인도, 국민경제에 주는 영향을 감안할 때 검찰도 국내 3위의 대기업인 SK그룹의 총수를 구속하기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하이닉스 인수를 비롯해 SK그룹의 공격적인 투자 계획 등도 간접적으로는 고려될 변수 아니겠느냐는 견해도 있다.

그러나 검찰이 19일 최태원 회장을 직접 소환 조사한 결과 최 회장이 단순 묵인이나 보고를 받는 정도가 아니라 투자금 횡령에 적극적으로 개입한 사실이 드러난다면 막판 사법처리 방향이 달라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반적으로는 그룹 최종 의사결정권자의 권한과 책임이 더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최 회장은 2003년 2월 SK글로벌의 1조5천억원대 분식회계와 관련해 구속됐다가 그해 9월 보석으로 풀려나면서 7개월가량 옥살이를 한 적이 있다.

최 회장은 이후 2008년 대법원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이 확정됐으나 8ㆍ15 특별사면으로 형 선고 자체가 실효됐다.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kind3@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