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그룹 동방신기의 노래 ‘왜’의 강렬한 비트가 흐르며,흐릿한 형상의 모델이 하나,둘 걸어나오면서 광고는 시작된다. ‘10년,20년 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것을 만들어 내는 것,그것이 투자입니다’라는 SM엔터테인먼트 이수만 프로듀서의 내레이션이 흐르면서 희미했던 모델들의 모습은 선명해지고, 곧 그들은 현재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아이돌 그룹 소녀시대, 동방신기, 샤이니였다는 것을 알려준다.

KB투자증권이 이번 광고캠페인을 진행한 것은 외화표시채 발행주관 1위, 회사채·ABS 발행주관 1위 등의 건실한 성적에 비해 대중적 인지도가 부족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광고 효과의 극대화를 위해 KB투자증권이 선택한 방법은 광고의 차별화였다.

그동안 증권사 광고는 수익성, 안정성, 미래 자산 등을 소재로 브랜드에 대한 신뢰감을 표현하고자 하는 방식이 대부분이었다. KB투자증권은 이들과 비슷한 메시지와 이미지로 광고를 진행한다면 이미 높은 인지도와 브랜드 파워를 구축한 경쟁 브랜드로 인해 광고가 큰 성공을 거두기는 힘들 것이라고 판단했다.

조금은 무겁고,정적인 느낌의 증권사 광고의 틀에서 벗어나 ‘화제성’을 갖는 광고로 차별화를 시도했다. 아시아를 넘어 유럽,미국에서까지 불고 있는 K팝 열풍과 그 열풍을 이끌고 있는 주역인 이수만 프로듀서를 광고에 등장시킨 것이다. 특히 증권사 광고인데도 금융 관련 도표나 주가 그래프 등을 등장시키지 않은 채, 아이돌의 노래와 모습을 자연스럽게 투자철학과 연결시켰다.

KB투자증권은 이슈를 활용한 시의성과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모델의 기용을 통해 의외성을 만들어냈다. KB투자증권의 전략은 절묘하게 성공을 거뒀다. 이 프로듀서가 10여년 만에 본격적으로 TV에 모습을 드러낸 것만으로도 광고는 충분히 화제가 됐고,수많은 증권사 광고 중 KB투자증권의 광고를 유독 눈에 띄게 만들었다. 자연스럽게 KB투자증권이 얻고자 했던 브랜드 인지도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

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