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딴짓들을 계속하는 게 중요합니다. 딴짓 하나하나가 모이면 상상을 초월하는 힘을 발휘하거든요.”
대학생 최초 패션잡지 ‘르데뷰’의 장은하 편집장(25)은 인터뷰를 시작하자마자 ‘딴짓’이라는 화두를 던졌다. 그의 표현에 따르면 딴짓은 꿈을 실현하기 위한 노력이다. 좋은 학점과 자격증 등 스펙을 쌓아 안정적인 직장에 취업하는 것이 ‘젊음의 방정식’으로 굳어져 버리고 이외의 노력들은 모두 딴짓으로 규정되는 세태를 꼬집는 것이다.
그는 “실제 처음에 패션잡지를 만들겠다고 하자 교수님 부모님 할 것 없이 어른들이 모두 ‘딴짓 관두고 취업 공부나 하라’고 핀잔을 줬다”며 “그러나 그 딴짓 덕분에 르데뷰가 탄생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르데뷰는 2008년 장 편집장이 고려대 2학년(22세) 때 마음이 통하는 대학생 4명과 함께 계간지로 창간한 대학생 최초 패션잡지다. 잡지 창간을 결심한 것은 대학에 입학하고 나서다. 자신을 비롯해 패션에 관심 있는 대학생들은 많은데 패션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연결고리가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이때부터 창간 멤버들과 함께 ‘패션 공부 삼매경’에 빠졌다. 다양한 업계 전문가들을 찾아가 조언을 구하고 틈틈이 시장조사를 하며 전문지식도 쌓았다.
물론 창간 과정은 산 넘어 산이었다. 무엇보다 잡지를 메울 광고를 섭외하는 게 가장 큰 문제였다. 무료로 배포되는 잡지에 “광고를 하겠다”는 광고주가 나타날 리 만무했다. 장 편집장을 비롯한 창간 멤버들은 수많은 패션업체들을 찾아다니며 프레젠테이션(PT)을 거듭했다. 창간 전까지 서로 흩어져 200회가 넘는 PT를 한 뒤에야 한 속옷 회사에서 광고를 주겠다는 연락이 왔다. 고단하고 지루한 노력 끝에 얻어낸 첫 결실이었다.
2008년 10월, 창간호에 대한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대학생이 알고 싶어 하는 최신 패션 트렌드를 한눈에 볼 수 있다는 호평이 쏟아졌다. 덕분에 창간 3년째인 지금은 서울 소재 대부분 대학교와 유명 커피숍에도 배포되고 있다.
장 편집장은 “대기업들은 사업 타당성을 검토하는 단계에서 좋은 아이디어들이 많이 사장되지만 우리처럼 몸집이 가볍고 잃을 게 별로 없는 기업은 과감하게 도전하고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창간호가 성공하자 여러 패션업체들이 르데뷰의 플랫폼을 활용하기 위해 러브콜을 보냈는데 큰돈을 벌 수 있는 기회였지만 모두 거절했다”며 “돈을 벌기 위해 르데뷰를 만든 게 아니라 꿈을 위한 노력(딴짓)이 르데뷰를 만들어 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2월 대학 졸업과 동시에 대기업에 취업할 수 있었던 것도 딴짓 덕분이라고 했다. 다양한 경력의 소유자를 채용하는 SK텔레콤의 ‘야생형 인재 프로그램’에서 르데뷰를 창간한 이력이 호평을 받았다는 것. 지금은 정보기술(IT)과 패션을 접목한 ‘스마트 쇼핑 컨설팅’ 전문가가 되겠다는 꿈을 꾸고 있다. 물론 잡지 발행도 병행하고 있다. 르데뷰가 대학생 전용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한 데다 초심을 잊지 않기 위해서다. 그는 몇몇 대학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하며 ‘딴짓 전도사’로도 활약하고 있다.
장 편집장은 “예전에는 꿈을 좇고 현실을 부정하라는 말을 자주 했지만 요즘은 현실 속에서 이벤트(딴짓)를 계속 만들라고 한다”며 “젊은이들이 꿈을 펼칠 수 있도록 사회가 다양한 플랫폼을 만들어 주면 작은 딴짓이 정말 큰 힘을 발휘하는 날이 올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