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기만 있다면 해외 창업에 도전하라.’

13일 중소기업청 주관으로 서울 구로동 벤처기업협회에서 열린 ‘제1회 글로벌 창업 한마당’에서 해외 창업 성공 기업인으로 초청받은 박종태 초이스 대표(50·본지 10월14일자 A37면 참조)와 오세영 코라오그룹 회장(48)은 젊은이들에게 한목소리로 도전정신을 강조했다. 청년실업의 해결책 중 하나인 청년들의 해외 창업 붐을 조성하기 위해 정부가 마련한 이날 행사엔 이명박 대통령도 직접 참석해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예비 창업자들을 격려했다.

◆박종태 초이스 대표, 'Mr.Park 라면' 불가리아 사로잡아

박종태 초이스 대표(사진)는 ‘불가리아의 라면왕’으로 불린다. 그의 성을 딴 ‘미스터 팍(Mr.Park)’이란 브랜드의 라면은 요구르트로 유명한 동유럽 국가 불가리아에선 라면의 대명사다. 불가리아의 분식점이나 동네 구멍가게에 가도 ‘미스터 팍’은 맨 앞자리에 진열돼 있다. 10여년 전 자체 개발해 시판한 ‘미스터 팍’은 현재 불가리아 외에도 러시아 중국 나미비아 등 전 세계 25개국에 수출된다. 종업원 25명인 이 회사는 라면 판매만으로 지난해 800만달러(92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광운대 무역학과를 나와 외국계 무역회사에서 샐러리맨으로 일하던 박 대표가 불가리아에서 사업을 시작한 건 1991년 출장이 계기였다. 공산주의 체제에서 막 벗어나 먹을 것도 변변치 않던 불가리아를 보고 ‘생필품을 팔면 되겠다’는 도전정신이 생겼다. 그는 귀국하자마자 사표를 내고 반지하 월세방 보증금을 뺀 600만원을 들고 불가리아로 다시 향했다. 그의 나이 서른 살 때였다.

처음엔 전자제품 의류 등 닥치는 대로 생필품을 수입해 팔았다. 그러나 낯선 외국에서 사업을 하는 게 녹록지 않았다. 그는 “믿었던 직원이나 거래처로부터 수도 없이 사기를 당했다”며 “길거리에서 ‘오리스초’(쌀벌레라는 뜻의 불가리아어·동양인을 비하하는 욕)라는 비아냥을 듣는 등 인간적 모욕도 여러 번 겪었다”고 했다.

그럴수록 이를 악물었다. 일단 의류 등 사업을 정리하고 라면 등 식품에 집중했다. 현지 호텔 주방장들을 모아놓고 시연회를 열고, 동네의 작은 슈퍼마켓까지 일일이 방문해 라면을 맛보이며 판로를 개척했다. 자동차로 1년에 8만㎞를 달리며 강행군을 했다. 이렇게 뛰다보니 브랜드 인지도가 조금씩 올라갔고, 매출은 매년 20~30% 성장했다.

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

◆오세영 코라오그룹 회장, 중고차 5대로 라오스 최대기업 일궈

“남들보다 더 노력하고 성공의 이미지를 형상화하라.”

인도차이나반도의 작은 나라 라오스에서 현지 최대 기업을 일군 오세영 코라오그룹 회장(사진)이 창업 후배들에게 해 준 조언이다. 오 회장은 맨손으로 시작해 매출 3억8000만달러 규모의 기업을 육성, 해외 창업의 성공 신화로 통한다. 대기업을 박차고 나와 1997년 라오스에 둥지를 튼 지 15년 만이다.

시작은 중고차 5대가 전부였다. 1990년대 말 중국 베트남 라오스가 연이어 자유시장경쟁 체제를 도입하는 것에서 기회를 본 그는 누나에게서 얻은 중고차 5대로 중고차사업에 뛰어들었다.

초창기 사업은 순항을 거듭했다. 그는 “현지 제조업이 발달하지 않은 덕분에 기득권층이 없는 게 큰 행운이었다”며 “글로벌기업들도 눈여겨보지 않았던 시장이라 짧은 시간 내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단기간에 자리를 잡은 게 거꾸로 화근이었다. ‘몇 대 팔다 말겠지’ 생각했던 현지 정부와 기업들이 승승장구하는 코라오를 시기하기 시작한 것. 오 회장은 “미운털이 박힌 탓에 ‘털어서 먼지 안 나오는 놈 없다’며 2000년과 2001년엔 강도 높은 세무조사를 받았다”며 “정말 아무것도 나오지 않자 라오스 사회가 확실히 코라오를 신뢰하기 시작했다”고 기억했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코라오는 2003년과 2004년 연이어 라오스 내 최우수기업에 선정됐다. 현지 주민들도 코라오를 한국 기업이 아닌 라오스 기업으로 인정하고 있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