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13일 501명 규모의 사상 최대 규모의 승진 인사를 단행했다. 지난 7일 실시한 사장단 인사에 이어 각 사별로 부사장 48명, 전무 127명, 상무 326명의 임원 인사를 발표했다.

삼성 관계자는 "국내외 어려운 여건 속에 휴대폰, 반도체 등에서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끌어낸 성과를 반영했다" 며 "차세대 유망사업 분야에 대한 인적 투자 강화 차원에서 사상 최대 승진 인사를 실시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삼성은 여성 인력을 대거 임원으로 승진시켰고, 학력에 상관 없이 철저한 능력 위주로 인사를 단행했다. 이에 따라 고졸 출신 부장이 2년 만에 상무로 올라서는 파격 승진이 이뤄졌다.

회사 관계자는 "삼성의 미래 경영을 이끌어 갈 역량을 갖춘 참신한 인물은 연령, 학력, 직급, 연차에 상관없이 과감하게 발탁했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 최초 여성 부사장 탄생…이건희 회장 의지 증명

이날 삼성은 부사장 1명, 상무 8명 등 총 9명의 여성 임원들을 승진시켜 여성 활용에 대한 그룹 의지를 증명했다. 지난 8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여성 인력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한 데 따른 조치인 것으로 재계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최초로 여성 부사장으로 승진한 인물은 심수옥 전무. P&G 출신의 마케팅 전문가로 2006년 삼성에 영입된 심 전무는 선진 마케팅 프로세스 및 시스템 도입을 적극 추진해 브랜드 마케팅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삼성 관계자는 "최고마케팅책임자(CMO)로서 회사 브랜드 가치 제고에 크게 기여한 점을 인정받아 승진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의 신개념 스마트폰 갤럭시 노트의 콘셉트를 제안하고 상품화시켜 신시장을 창출한 김기선 부장은 상무로 승진했다. 또 멀티코어 분야 시스템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갤럭시S2 스마트폰의 성능 개선에 기여한 송효정 부장도 상무로 한 단계 올라섰다.

반도체 물성 분야 전문가로 각종 분석술 개발을 주도한 삼성전자 이선영 부장도 안정적 수율 확보에 기연한 공로로 상무로 승진했다.

삼성SDS 홍혜진 부장은 기업용 모바일솔루션 개발을 담당해 모바일 사업 성장을 올해 10만 명 수준으로 끌어올려 상무로 승진했다.

삼성증권 박경희 부장은 컨설팅형 영업모델을 통한 VVIP(30억원 이상)시장을 선점했다는 평가를 받아 상무로 진급했다.

로가디스 사업 견실 성장에 기여한 제일모직 김지영 부장과 신규 브랜드 데레코니를 성공적으로 런칭한 김정미 부장도 각각 상무로 한 단계 승진했다. 또 제일기획 오혜원 부장은 삼성전자 스마트TV 시리즈 광고의 성공적 런칭을 인정받아 상무로 올라섰다.

삼성 관계자는 "이 중 삼성전자 김기선 상무와 제일모직 김정미 상무, 오혜원 상무는 대졸공채 출신으로 삼성에서 공채 출신 여성 임원 시대를 열었다"고 설명했다.

학력 상관없이 철저한 능력 평가…고졸 입사해 상무로 승진

이번 인사에서는 또 고졸 학력으로 입사한 삼성전자 김주년 부장이 2년 만에 상무로 올라서는 파격 대우를 받았다. 1986년 고졸 제조직으로 입사한 그는 1993년 무선단말 개발에 합류해 신개념 유저인터페이스(UI)와 아몰레드 디스플레이 등 신기술을 적용한 제품을 연이어 출시한 입지전적 인물로 평가받는다.

삼성 직원 최고의 영예인 '자랑스런 삼성인상'을 2회 수상하는 등 삼성이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1위를 달성하는 데 큰 기여를 한 것으로 평가받았다.

또 삼성전자 윤장현 부장은 고유의 소프트웽 플랫폼인 SLP((Samsung Linux Platform) 개발을 주도해 3년 만에 상무로 발탁됐다.

이밖에 해외법인 우수 인력의 본사 임원 승진 규모를 지속 확대한 점이 눈에 띈다. "현지인들에게 성장 비전을 제시함은 물론 국적에 관계없이 핵심 인재를 중용하는 삼성의 경영 철학을 실현했다"고 회사 관계자는 말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댈러스연구소 LAB장 파룩 칸 부장 등 8명의 해외법인 인력이 상무로 승진했다.

한편 해당 분야에 뛰어난 성과를 올려 '자랑스런 삼성인상'을 수상한 임직원들에 대한 과감한 승진 발탁도 이뤄졌다.

삼성전자 하상록 상무가 전무로 승진했고, SDI 오요안 상무도 전무로 올라섰다. 혁신적 제조공법으로 생산성을 제고한 삼성전기 이태곤 수석은 상무로 승진했다.

삼성 관계자는 "이날 인사로 2012년 경영진 인사를 마무리했고, 조만간 각 사별로 조직개편 및 보직인사를 확정해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권민경 기자 k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