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탄 넉넉한 KCC…만도·현대차 주식 팔아 1조 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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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금 마련 어떻게
KCC가 삼성카드로부터 삼성에버랜드 주식 17%를 인수한 금액은 7739억원이다. KCC 측은 삼성에버랜드의 미래 성장 가능성을 높이 평가했고 사업 시너지도 기대된다고 인수 배경을 설명했다. 사업 파트너 관계를 돈독히 하기 위한 투자라는 얘기다. 하지만 회사를 인수하는 게 아니라 단순히 사업상 시너지효과를 기대하는 차원에서의 투자치고는 엄청난 액수다.
KCC의 현금 동원력은 재계에서도 유명하다. 지난 9월 말 현재 KCC가 보유하고 있는 현금(현금성 자산 포함)은 8304억원에 달한다. 지난 7월 자동차부품업체 만도 주식을 처분해 6370억원을 확보했고, 최근엔 현대자동차 주식 일부를 처분해 2397억원을 마련했다.
회사 측은 잇단 주식 처분에 대해 현금유동성 확보 차원이라고 했으나 시장에서는 인수·합병(M&A) 자금으로 쓸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었다. 결국 KCC는 이 주식 매각 대금으로 삼성에버랜드 주식을 매입했다.
KCC의 현금동원력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안정적인 사업기반을 갖고 있어 기복 없이 꾸준히 수익을 내는 사업 구조 덕분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KCC의 주력제품은 페인트, 건자재 등이다. 현대차 현대건설 등에 이들 제품을 공급하며 매출 4조원의 기업으로 컸다. 영업이익률도 9% 안팎으로 높은 편이다. 범(汎)현대가(家)의 보호막 속에서 성장가도를 달려온 셈이다. 창업주인 정상영 명예회장(75)은 고(故) 정주영 회장의 막내동생이다.
정주영 회장 사망 이후 정 명예회장은 이 같은 자금력을 내세워 현대가의 큰어른 역할을 자처하기도 했다. 대표적인 게 현대엘리베이터 적대적 M&A 건이다. 2003년 정몽헌 현대아산 회장이 사망하면서 촉발된 현대그룹 경영권 분쟁에서 현정은 회장 측과 그룹 지주회사격인 현대엘리베이터 지분경쟁을 벌였다. 결국 주총에서 패배했고 보유지분을 전량 매각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382억원의 매각 차익을 얻기도 했다.
KCC는 현대중공업(지분율 6.39%) 현대상선(2.11%) 현대산업개발(2.5%) 현대종합상사(12%) 등 범현대가 계열사의 지분을 두루 보유하고 있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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