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살리는 날' 문화제, '인간띠 잇기' 펼쳐

강원 골프장 환경문제 해결을 위한 '생명버스'가 10일 강원지역에 등장해 생명과 평화를 빼앗는 불ㆍ탈법 골프장 인허가 취소를 촉구했다.

이는 부산 한진중공업 사태의 '희망버스', 제주 해군기지의 '평화비행기'에 이어 등장한 '생명버스'라는 점에서 갈등의 골만 깊어가는 강원 골프장 문제 해법의 기폭제로 작용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강원도 골프장 문제 해결을 위한 범도민대책위원회(이하 범대위)'는 이날 도내 골프장 건설지 피해 주민과 환경단체, 시민 등 5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춘천역 광장에서 '함께 타요! 생명버스!' 문화제를 했다.

이들은 선언문을 통해 "강원도의 자연과 생명의 가치를 불ㆍ탈법 골프장 사업자에게 팔아넘길 수 없어 생명버스에 탑승했다"며 "이제 골프장 건설 반대 주민뿐만 아니라 시민의 힘으로 골프장 난개발을 막아내겠다"고 밝혔다.

이어 "강원도의 생명을 살리고자 처음 출발한 생명버스는 주민 피해와 환경 파괴의 현장이 사라지지 않는 한 언제든 달려갈 것"이라며 "최문순 도지사는 골프장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후보자 시절의 공약을 지켜달라"고 촉구했다.

이날 10여대의 생명버스에는 춘천, 홍천, 강릉 등 골프장 건설 피해 주민뿐만 아니라 서울, 인천, 경기 등지 환경단체 회원과 일반 시민들이 나눠 타고 춘천역 광장으로 집결했다.

이들은 춘천역 광장에서 열린 문화제에 앞서 춘천 신동면 혈동리와 홍천 북방면 구만리 등 골프장 예정지 2곳을 방문, 골프장 건설로 인한 환경 파괴 현장을 둘러보고 피해 주민의 절박한 심정을 청취했다.

부산 '희망버스' 참가 경험이 있는 회사원 김승순(32ㆍ여ㆍ서울 성북구) 씨는 "어르신들이 수십 일째 노숙 투쟁을 벌이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참가비 2만원을 내고 회사 동료와 함께 생명버스에 탑승했다"며 "직접 골프장 건설 현장을 둘러보니 가슴이 답답했고 반대 주민들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가자 송유하(29ㆍ여ㆍ서울 종로구)씨는 "강원의 가장 큰 자랑인 자연환경이 우후죽순 들어서는 골프장 때문에 피폐해지는 것을 더는 지켜볼 수 없어 생명버스에 동참했다"고 밝혔다.

대학생 조현진(22ㆍ여ㆍ춘천시) 씨는 "골프장 추진과정에서 많은 불ㆍ탈법이 자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인식하게 됐다"며 "골프장 사업을 이유로 토지를 강제수용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판결이 내려진 만큼 토지 강제수용은 중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화제를 마친 생명버스 참가자들은 춘천역 광장~도청 앞 광장까지 거리 행진을 하며 골프장 문제의 심각성을 알렸다.

또 도청 건물을 둘러싸는 '인간띠 잇기'를 통해 골프장 난개발로 삶의 터전을 잃어가는 주민과 사라질 위기에 처한 숲의 생명을 살릴 대책 마련을 도에 촉구했다.

한편 강릉 구정면 골프장 반대 주민들은 지난달 4일부터 37일째 강원도청 앞에서 노숙 농성을 벌이고 있다.

(춘천연합뉴스) 이재현 기자 j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