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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설] 리먼 청산가치 달러당 18센트! 어쩔 뻔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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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연방법원이 엊그제 리먼브러더스의 청산 계획을 최종 승인했다는 소식에 가슴을 쓸어내리게 된다. 2008년 9월 리먼이 파산보호신청에 들어가기 직전 산업은행 수뇌부와 소위 국제금융전문가라는 사람들이 적극 추진했던 인수 계획이 성사됐더라면 아마 지금 국내 금융시장은 대혼란에 휘말려 있을 것이다. 리먼 청산이 끝나면 채권자들에게는 1달러당 18센트를 주지만 주주에게는 돌아갈 게 없다.

    산은금융지주는 회장이 바뀌기 전까지도 자신들이 리먼을 인수했다면 청산까지 가는 일은 없었을 것이란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오히려 국가 경제에 도움이 됐을 것이란 궤변을 늘어놓기까지 했다. 그러나 일본 노무라증권은 리먼브러더스의 유럽 및 아시아사업부를 인수한 뒤 급체해 골병이 들었다. 노무라는 지난 분기(7~9월)에 6억달러의 순손실을 봤고, 급기야 며칠 전에는 10억달러 규모의 비용절감을 목표로 하는 구조조정에 나서는 처지가 됐다.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노무라의 신용등급을 정크 수준으로 낮추겠다고까지 경고했다. 노무라가 이런 꼴이 된 것은 기본적으로 ‘월가의 리먼’과 ‘일본의 리먼’이 다르기 때문이다.

    리먼 인수가 100년 만의 기회라고 호들갑을 떨던 정부나 맞장구를 쳤던 언론들도 반성해야 마땅하다. 당시 한경만이 리먼 인수에 반대하는 칼럼을 게재했다. 전광우 금융위원장은 가라앉는 타이타닉을 인수하기에는 산은은 너무 작았다고 회고했다. 리먼을 인수하면 월가를 한 손에 넣을 것처럼 생각했던 ‘월가 콤플렉스’ 는 지금도 살아 있다. 한국투자공사(KIC)가 2008년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에 20억달러를 투자했다가 15억달러 넘게 까먹고 있는 것도 그런 사례다. ‘자원 콤플렉스’ 탓에 성행하는 묻지마식 해외 자원개발 투자도 철저히 재점검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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