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일렉트로보이즈 “만족하는 음악 아닌 공감하는 음악 하고파”
[양자영 기자/ 사진 이현무 인턴기자] “제목 ‘MA BOY2’에 씨스타 효린 피처링에 회사의 빵빵한 지원에 입는 옷만 2억인데. 그래도 안 되면 나가 죽어라”

리더 마부스(31)는 아직도 용감한 형제의 따끔한 경고를 잊지 못한다. 사장님이 무서워서라기보다는 연습생 생활 10년 만에 얻은 소중한 팀의 실패를 죽어도 경험하기 싫어서였다. 그래서 자존심이 상하고 오기가 발동했다.

2010년 6월 첫 번째 싱글 ‘전화가 오네’로 데뷔한 일렉트로보이즈는 대중과 힙합계의 큰 기대를 한 몸에 받은 것과는 달리 조촐한 성과를 거둔 채 무대 밖으로 퇴장해야 했다. 당시 멤버는 마부스와 원카인(30). 두 사람은 “전공 분야에서 벗어난 노래를 했기 때문”이라고 변명했지만 ‘용감한 형제의 아이들’이라는 별칭까지 갖고 있던 터라 실패에 대한 큰 부담감을 느껴야 했다.

“이제는 더 이상 핑계도 없어요. 활동 직전에 멤버들과 함께 이번에 안 되면 더 이상 가수를 못 할 수도 있다는 얘기를 나눈 적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요즘은 노래 홍보하러 돌아다니고 인터뷰하느라 개인적인 시간을 가질 수가 없어요. 내 모든 걸 건 음반이 잘 돼서 참 감사해요. 그나마 하고 싶은 음악은 계속 하고 살 수 있잖아요” (마부스)

무뚝뚝한 첫 인상과는 달리 해맑게 웃으며 근황을 전하는 마부스의 얼굴에서 ‘한 시름 놓은 자’의 여유를 볼 수 있었다. 그는 힙합이라는 장르에서 주어지는 핸디캡을 극복하고 성공하기 위해 타이틀곡을 일부러 ‘MA BOY2’로 정했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쉽게 고개를 끄덕였다.

“1년 6개월 쉬는 동안 끝없이 녹음을 했어요. 여덟 마디 이상 녹음을 안 해 본 날이 하루도 없었죠. 그중에 대중들이 가장 공감할 수 있는 노래를 골라봤어요. 어떤 사람들은 그래요. 처음에 자기 색깔을 버리고 대중을 잡는 건 영혼도 버리는 거라고. 그런데 우리는 마니아를 차츰 늘려가기에는 나이가 너무 많아요. 그래서 처음에 대중을 잡고 저희 색깔을 조금씩 보여주는 걸로 결정한 거예요” (마부스)

씨스타 효린의 피처링 때문이었을까? 그들의 첫 방송은 뇌리에 깊게 남았다. 하지만 컴백 후 2주가 지나도록 음악 방송 한 바퀴를 다 돌지 못했다. 시상식과 야구 중계로 인해 음악 방송들이 줄줄이 결방되면서 무대에 오를 기회가 3번밖에 주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지원사격을 해주던 효린도 떠났다. 11월25일 ‘뮤직뱅크’부터는 브레이브걸스 멤버이자 소속사 식구인 예진이 뒤를 이었다.

“예진이가 참 기특해요. 누가 봐도 효린이는 노래를 참 잘 하거든요. 그런 사람의 다음 파트로 같은 곡에 참여한다는 것은 상당한 부담감이 따르는 일이잖아요. 평소 그룹 활동을 하면서 여덟 마디도 안 되는 부분을 담당하던 예진이가 이번 기회를 통해 많이 돋보였으면 좋겠어요” (마부스)
[★★인터뷰] 일렉트로보이즈 “만족하는 음악 아닌 공감하는 음악 하고파”
하지만 예진과 한 팀을 이룬 일렉트로보이즈의 첫 무대는 순탄치 못했다. 워낙 바빠 파트B와 브릿지에 남아있는 효린의 목소리를 미처 지우지 못한 것. 눈썰미 좋은 네티즌들은 곧바로 이 사실을 알아챘고 예진을 향해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마부스는 “오늘 녹음을 다시 할 거에요. 여린 아이인데 상처받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효린이만큼 개성 있는 목소리를 가졌으니 많이 지켜봐 주세요”라고 해명했다.


또한 멤버들은 ‘힙합의 대중화’라는 활동방향을 정한 뒤 새 멤버 차쿤(26)을 영입했다. 멤버들에 따르면 비주얼을 보완하기 위해서라지만 실상은 보다 폭넓은 영역의 음악을 들려주기 위해서였다. 천재적인 수준의 음악적 재능을 자랑하는 차쿤은 멤버들에 비해 어린 나이지만 당돌한 끼와 열정으로 용감한 형제는 물론 형들의 마음까지 사로잡았다.

“음악이 좋았어요. 혼자 노래를 만들고 가사를 쓰고 녹음하고 그걸 또 인터넷에 올리고. 이런 과정을 되풀이했어요. 전공이 음악이냐고요? 전혀 상관없어요(웃음)” (차쿤)

음악만큼은 완벽주의를 추구하는 마부스와 원카인은 어느 날 사장님이 들려주는 차쿤의 노래를 듣고 깜짝 놀랐다. 그리고 차쿤은 멤버들의 까다로운 귀를 통과한 즉시 연습생 생활도 거치지 않고 팀에 합류했다. 10년이나 연습생 생활을 한 마부스와 원카인으로서는 질투가 날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동생의 가능성을 엿본 형들은 오히려 “우리가 차쿤의 몫까지 연습했다고 생각하면 된다”며 인심 좋게 웃었다.

“처음에는 형들이 음악을 굉장히 오래 하셨고 유명하신 분들이라 겁을 많이 먹었어요. 그런데 녹음실에서 매일 함께 작업하다보니 금방 친해질 수 있었어요. 특히 사옥을 옮기면서 지하에 헬스장을 만들었는데 함께 운동하고 샤워실에서 씻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무장해제 됐어요” (차쿤)

외모에서부터 강렬한 카리스마가 느껴지는 마부스, 원카인과는 달리 큰 키에 곱상한 얼굴을 지닌 차쿤. 그 독보적인 존재감으로 인해 일렉트로보이즈를 알아보는 팬들도 많이 늘었다. 그러나 멤버들은 일렉트로보이즈를 가장 많이 홍보한 인물로 주저 없이 원카인(본명 김랜디)을 꼽았다. 그는 얼마 전 개봉한 영화 ‘미스터 아이돌’에서 리키 역을 맡아 배우로 거듭난 인물이기도 하다.

“영화를 본 사람들은 반응이 참 좋았어요. 저도 저 나름대로 역할을 잘 소화했다고 생각하고요. 그런데 제목이 ‘미스터 아이돌’이라 그런지 많이들 안 보셨더라고요. 이제 곰 TV를 통해 볼 수 있으니 꼭 보세요. 전 다섯 번 봤어요(웃음). 며칠 전에는 떨어질 걸 각오하고 ‘드림하이2’ 오디션도 보러 갔었어요. 무대에 올라갈 때는 편한데 연기할 때는 뭔가 다른 세계에 빠질 수 있어서 좋은 것 같아요” (원카인)
[★★인터뷰] 일렉트로보이즈 “만족하는 음악 아닌 공감하는 음악 하고파”
이처럼 조금씩 대중들 사이에 녹아든 일렉트로보이즈는 멜론에서 7위를 기록한데 이어 가온차트 주간순위 11위에 오르는 등 띄게 좋은 성과를 거뒀다. 평소 칭찬에 인색한 용감한 형제도 침묵과 격려로 세 사람을 응원했다. 그럴수록 일렉트로보이즈는 “2주 동안 8번의 음악 방송 무대에 다 올랐다면 지금보다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일렉트로보이즈를 비롯한 수많은 아티스트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힙합은 비주류 장르라는 인식 속에 끝없이 묻혀가고 있다. 껄렁껄렁한 아티스트, 시끄러운 비트, 전문 지식이 필요한 음악이라는 편견도 대중의 음악편식에 일조하고 있다. 그래서 일렉트로보이즈는 ‘롱런’을 꿈꾼다. 오래도록 대중 곁에 남아 힙합의 매력을 알리고 싶다는 것이다. 자신들로 하여금 힙합의 오명을 벗게 하고 싶다는 세 남자의 진심이 ‘MA BOY2’의 흥겨운 멜로디를 따라 흘러나오는 듯 하다.

“힙합은 알고 보면 정말 매력 있고 솔직한 장르에요. 우리가 만들어놓고 우리만 만족하는 음악이 아니라 많은 분들과 함께 공감하고 싶어서 일부러 재킷도 따뜻한 분위기로 촬영했어요. 그러니까 ‘이런 분위기의 힙합음악도 있구나’하고 알아주세요. 앞으로도 지갑을 열지 않고는 못 배기는 음악을 만들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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