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그룹과 현대위아가 국내 기업 최초로 중국 본토에서 위안화 표시 회사채를 발행한다. 국내 타이어업체 한 곳도 내년 중국에서 기업어음(CP)을 발행할 계획이다. 그동안 해외 생산기지와 소비시장 역할을 하던 중국이 자금조달 창구로도 부상하고 있다.

○위안화 표시 채권 첫 발행

이랜드ㆍ현대위아 '위안화 채권' 발행
3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이랜드그룹 상하이 법인인 이녠패션무역유한공사는 내년 2월께 5억위안(900억원) 규모의 3년 만기 위안화 표시 회사채를 발행하기로 하고 최근 중국 은행간시장거래상협회에 신고서를 제출했다.

조달금리는 연 6%대 초반(원화 환산 기준)에서 정해질 전망이다. 중국 내 은행 대출금리보다 1%포인트가량 낮은 수준이다.

현대위아도 중국 법인을 통해 내년 상반기 중 6억위안(1080억원) 규모의 3년 만기 회사채를 발행한다. 두 회사의 발행 자문사는 하나대투증권이 맡았다.

그동안 국내 기업이 ‘딤섬본드’(홍콩에서 발행하는 위안화 표시 채권)를 발행한 경우는 몇 차례 있었지만 중국 본토에서 회사채를 발행하기는 이랜드가 처음이다.

장승철 하나대투증권 IB부문 사장은 “중국에 진출한 국내 기업의 자금조달 수단이 중국 내 은행 대출에서 직접금융 방식으로 확대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외에 홍콩과 대만 등 중화권에서 자금을 조달하려는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베이직하우스와 이랜드 한진중공업 파인테크닉스 등은 중국 자회사를 홍콩증시에 상장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국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두 곳은 대만 증시에서 주식예탁증서(DR)를 발행할 예정이다.

○중국 직접금융시장 문 열어

이랜드그룹과 현대위아의 회사채 발행은 중국 직접금융시장의 문을 연다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가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를 계기로 중국 직접금융시장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려는 기업이 늘어날 전망이다. 중국 정부가 외국 기업의 채권 발행에 유연한 자세를 보이고 있는데다 긴축정책으로 자금여유가 많은 중국 은행들도 외국 기업 회사채 매수에 나서고 있어 환경도 좋은 편이다.

중국 채권 발행 규모는 지난해 기준 9조5088억위안(1700조원)에 달한다. 2001년보다 16배 가까이, 전년에 비해서는 10% 증가했다. 채권 발행이 증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외국 기업이 채권을 발행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웠다. 비금융사의 채권 발행을 감독당국이 철저하게 제한해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중국 정부가 채권 발행에 대한 완화조치를 내놓으면서 진입장벽이 낮아지는 추세다. 이에 따라 올 들어서는 중국 민간 기업뿐만 아니라 외국계 기업들도 채권 발행에 가세하고 있다.

국내 기업의 중국 내 회사채 발행이 활성화되면 자금 조달 수단을 한층 다변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 사업 비중이 높아 현지에서 투자, 운영자금의 유출입이 잦은 기업들은 그동안 홍콩에서 자금을 끌어다가 중국 본토로 보내야 하는 번거로움을 해소할 수 있다.

회사채 발행 심사가 상장심사에 준할 정도로 엄격하기 때문에 발행 성공은 기업 신뢰도 향상으로 이어지고, 현지 기업공개(IPO)를 위한 포석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조강호 하나대투증권 상무는 “중국 본토에서 회사채를 발행하려면 최근 3년간 흑자를 달성하고 상환능력과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인정받아야 한다”며 “순자산의 40% 이내에서 발행금액을 결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고경봉/김은정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