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아웅다웅 안타깝다…젊은이들 '세계경영' 꿈꿔라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일할 해외 기지를 만들어야겠다는 꿈 때문입니다. 매년 대학 졸업자가 쏟아지는데 국내에서 아무리 싸워봐야 발전할 수 없어요. 적극적으로 해외로 나가야 합니다.”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76·사진)은 한국경제신문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해외 진출과 현지 투자를 적극 늘리는 ‘진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맨손의 ‘마도로스’에서 시작해 국내 대표 수산기업을 일궈낸 김 회장은 “젊은이들이 현실에 불만만 갖지 말고 스스로 역사인식을 갖고 적극적으로 해외에 진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유럽에서 추가 인수·합병(M&A)을 추진하는 한편 수산 외에 물류 건설 등의 사업을 종합적으로 확대해 ‘글로벌 경영’을 가속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본지 손희식 생활경제부장이 지난 23일 서울 양재동 동원그룹 본사 집무실에서 김 회장을 만났다.

▶ 최근 세네갈 수산업체(SNCDS)를 인수했는데, 어떤 의미가 있습니까.

“태평양 위주였던 조업 근거지를 대서양으로 넓힌 것입니다. 세네갈은 자원 이 풍부하고, 대서양을 접하고 있어 대개 유럽으로 수출합니다. 또 현재 미국에서 파는 참치캔은 남태평양 사모아에서 생산돼 미국 동부에는 공급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전략적 차원에서 인수했습니다. 세계 수산자원을 확보했다는 점에서도 중요합니다.”

▶ 아프리카를 선택한 이유가 있나요.

“참치 대부분을 태평양에서 잡아왔는데 갈수록 어획 규제가 심해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작년부터 방침을 바꿔 아프리카를 쭉 돌아봤습니다. 이를 눈치챈 세네갈 쪽에서 먼저 찾아왔어요. 그들이 보기에 원료 조달, 생산, 영업 3박자를 갖춘 곳이 동원 외에는 별로 없었던 것 같습니다. 재밌는 것은 공장 근로자들이 ‘빨리 동원으로 넘겨서 일하게 해 달라’고 데모까지 했대요. 1년 정도 걸렸습니다.”

▶ 수산자원의 중요성을 피부로 느끼기는 힘든 것 같습니다.

“어느 나라나 경제 수준이 발전할수록 수산물을 많이 먹습니다. 이 때문에 수산자원은 앞으로 중요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현재 연간 총 어획량이 1억 정도인데, 수산물을 잘 안 먹었던 중국에서 소비가 늘고 있어요. 그래서 2015년에는 5400만이 모자랄 것이라고들 합니다.”
한국서 아웅다웅 안타깝다…젊은이들 '세계경영' 꿈꿔라
▶ 동원의 해외 진출이 수산자원 확보 외에 또 다른 의미가 있습니까.

“사실 저희가 아프리카와 태평양에 진출하려는 것은 다른 차원도 있습니다. 세계화를 촉진하고 젊은이들을 외지로 나가게 하려면 해외에 기지를 만들어야 하지 않느냐는 생각입니다. 젊은이들이 우리나라에 다 살기에는 한국은 너무 좁거든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우수해서 세계 어디와 붙여놔도 절대 지지 않습니다. 기업의 해외 진출을 통해 해외에서 활동하는 젊은이를 많이 만들겠다는 꿈을 갖고 있습니다. 좁은 한국에서 아웅다웅 싸워봐야 뭐합니까. 기회만 있으면 해외로 나가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습니다. 저는 ‘거기서 5~10년 후에는 네 사업을 할 정도의 큰 꿈을 가지고 나가라’고 이야기합니다.”

▶ 그러려면 어떤 자질을 갖춰야 할까요.

“외국어와 기능 면에서 ‘멀티 플레이어’가 돼야 합니다. 외국어도 영어는 기본이고 하나는 더 해야 합니다. 우리회사 신입사원 평균 토익점수가 840점입니다. 이제 영어는 기본이고 중국어 스페인어 아랍어 등도 할 수 있는 인재를 키우려고 노력 중입니다.”

▶ 국민연금과 3000억원 규모의 매칭펀드를 조성하셨던데.

“스페인 프랑스 등에서 계속 인수 제의가 들어와서 스터디 중입니다. 회사 규모는 SNCDS보다 더 클 것입니다. 해외에는 일단 수산사업으로 들어가지만 향후 농장과 냉장시설도 생각하고 있고, 물류와 건설업도 하고 있기 때문에 종합적으로 여러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 연내에 대형 M&A가 성사될 수도 있는 겁니까.

“연내에 되진 않을 거예요. 서두르면 우리에게 손해입니다.”

▶ 2008년 인수한 미국 스타키스트의 실적도 잘 개선시켰는데요.

“수산업에 대한 노하우가 있기 때문에 다른 업체를 보면 ‘어디에 허점이 있고 어디를 보완하면 되겠다’ 하는 걸 아는 거죠. 지금도 인수 제안이 들어오지만 값이 지나치게 비싸다 싶으면 안 합니다. ”

▶ 국내 사업에선 최근 어떤 쪽에 관심이 있습니까.

“금융부문을 분리한 이후 동원그룹은 산업 쪽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최근 KAIST와 계약해 온라인 전기자동차 프로젝트를 맡을 ‘올레브’(OLEV)라는 회사를 출범시켰습니다.”

▶ 건강기능식품인 홍삼에도 애착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그 좋은 것을 한국인삼공사가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는데 ‘이건 안 되겠다, 우리가 한번 해보자’ 싶어 작년부터 국민 건강을 위해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바다에서 온 참치, 육지에서 온 홍삼’이 모토입니다.”

▶ 올해 식품업계에선 중소기업 적합업종에 대한 논란이 많았죠.

“잘 몰라서 그런 얘기를 하는 겁니다. ‘양반김’이 일본에 가면 브랜드 가치가 얼마나 비싼지 아십니까. 가짜 양반김이 나올 정도입니다. 국제적인 브랜드와 신용이 없으면 휘둘리지만, 우린 일본에서 다른 제품보다 더 비싸게 받습니다. 김치도 그래요. 일본에 가니 누가 그런 얘길 합니다. ‘김 회장, 스카치위스키는 정부가 엄격히 품질을 관리해 수출상품으로 육성했는데 한국 정부는 수천년 문화상품인 김치를 왜 아무나 만들게 해 일본에서 퇴짜맞고 그러냐’고요. 수출 여지가 있는 것은 정책적 판단이 필요해요.”

▶ 10년 후 동원그룹의 모습은 어떨까요.

“글쎄요. 10년 후쯤에야 제가 있겠습니까(웃음). 국내보다는 해외에서 수산, 농장, 물류, 건설 등을 확장하겠다는 생각이니 잘 하면 2~3배 더 클 수 있을 겁니다.”

▶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선 어떻게 보십니까.

“비준안이 통과돼서 정말 다행입니다. 우리는 GDP(국내총생산)의 80% 정도를 무역에 의존하고 있지 않습니까. 중국 일본보다 앞서 미국 유럽과 한 것은 잘 했다고 생각합니다. 양쪽 날개 달고 날아야죠. 한국은 이미 미국에서 엄청난 농산물을 수입하고 있습니다. 미국이 ‘세계의 식량창고’로 공급하고 있기 때문에 왕창 들어올 것이 별로 없어요.”

▶ 후배 기업인들에게는 어떤 조언을 주고 싶습니까.

“단기적인 안목보다는 길게 보라는 겁니다. 제가 1969년에 사업을 시작해 40년이 넘었는데 어느 기업이 잘 된다고 막 신문에 나다가도 몇 년 뒤엔 망했다고 나오더라고요. 기업이라는 건 장기적으로 봐야 하고, 뭐니뭐니해도 제일 중요한 덕목은 정직성과 신용입니다.”

정리=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