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ADVERTISEMENT

    [취재여록] 권도엽 장관의 '노 코멘트'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안정락 건설부동산부 기자 jran@hankyung.com
    [취재여록] 권도엽 장관의 '노 코멘트'
    28일 오전 7시30분께 과천 정부종합청사 국토해양부 청사 앞에 멈춰 선 검은색 그랜드 카니발. 권도엽 국토부 장관이 내렸다. 다급히 따라붙어 인사부터 건넸다. 기자임을 확인한 권 장관은 “일찍 나오셨네요”라며 악수를 청했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최근 ‘재건축 정책’을 놓고 치고받은 뒤라, 기자가 왜 기다리고 있었는지 예상이라도 한다는 눈빛이었다. 차분한 표정이었지만 얼굴 빛이 썩 밝지는 않았다.

    “박원순 시장의 최근 발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고 곧바로 질문을 던졌다. 권 장관은 지난 25일 이른 시간 국토부 기자실을 찾아 “박 시장의 주택 정책은 서민을 서울 밖으로 몰아내는 것으로 서민적인 정책이 아니다”고 비판했고, 박 시장은 곧 바로 트위터에서 “권 장관의 발언… 염치가 먼저입니다. 그게 상식이지요”라고 반박했다.

    공은 다시 권 장관에게 넘어온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는 말을 아꼈다. 기자의 반복된 질문에도 손사래를 치며 “고맙습니다”만 반복했다. 엘리베이터에 오르기까지 1분 남짓, 권 장관은 ‘노 코멘트’로 일관했다.

    조심스러워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중앙부처 장관과 지방자치단체장의 공박이 지속되면 국민들만 불편하게 만든다’고 생각했는지 모른다. 임명직 공무원으로서 속내를 다시 드러내기엔 부담이 컸을 것이다. 선출직인 박 시장과 같은 입장일 수는 없는 노릇이긴 하다.

    그럼에도 아쉬움은 남는다. 공방을 시작한 쪽은 권 장관이다. 그는 지난 주말까지도 “서울시의 재건축 정책에 깊은 우려를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며 “재건축 규제를 안 한다고 하면서도 지나치게 공공성을 강조하고 있어 주택공급 총량이 줄어들까 걱정”이라고 비판했다.

    ‘노 코멘트’한 권 장관이 집무실로 들어간 이후 국토부 대변인이 보완 설명했다. “서민을 위한 정책을 펴야 한다는 데는 서울시나 우리나 똑같을 것이지만, 방향성에 차이가 있어 보인다” “모든 정책은 시장의 흐름을 따라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대변인이 아닌 장관의 목소리로 ‘시장의 흐름’과 ‘방향성’을 듣길 바랐다. 권 장관의 침묵은 정치·사회적 이슈화를 바라지 않는다는 의미로 여겨진다. 그렇지만 본인이 촉발한 논란에 대해 결자해지(結者解之)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다가왔다.

    안정락 건설부동산부 기자 jran@hankyung.com

    ADVERTISEMENT

    1. 1

      [기고] AI 시대는 K반도체 도약의 기회

      인공지능(AI)과 반도체는 상호 의존하며 성장하고 있다. AI 시대가 오면서 글로벌 반도체 시장은 2030년 1조달러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는 AI 반도체가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25년 35%에서 2030년에는 48% 수준까지 높아질 것으로 분석했다. AI 역량은 반도체 성능 강화 없이는 불가능하다. 고대역폭메모리(HBM) 등으로 대표되는 K반도체 산업은 인류의 미래를 풍요롭게 하고, 경제성장을 이끌 AI 공급망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이런 점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한국에 방문하고 한국과의 AI 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것은 의미 있는 시사점을 제공한다. 엔비디아의 AI 가속기(AI에 특화한 반도체 패키지)가 한국에 공급되고, 영국 Arm의 설계교육센터가 국내에 설립되는 것은 한국의 종합적인 반도체 경쟁력이 높기 때문으로 분석된다.아울러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기술패권 경쟁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한국 반도체산업의 전략적 가치도 높아지고 있다. AI 데이터센터, 자율주행 자동차, 로봇 등 신산업 전반에서 반도체 수요는 지속 확대되고 있다. 이에 따라 안정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로서 한국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단순한 산업 경쟁력을 넘어 국가 경제와 안보를 뒷받침하는 핵심 기반으로서 K반도체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음을 의미한다.현재의 위치에 만족할 수는 없다. 미래 AI 시대에 없어선 안 될 K반도체가 되기 위해서는 더 높은 목표를 세워야 한다. 총체적인 노력도 필요하다. 우선 메모리반도체,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설계를 포함하는 시스템반도체, 최첨단 패키징 역량을 갖춘 소재·부품&mid

    2. 2

      [한경에세이] 일이 안 풀릴 때 나는 달린다

      달력의 마지막 장, 12월이다. 모두가 한 해의 성과를 결산하느라 분주한 시기다. 나 역시 차분히 지난 1년을 되돌아본다. 가장 자랑스러운 훈장을 꼽자면 제주 트레일러닝 70㎞ 코스 완주다.불과 2년 전만 해도 나는 3㎞도 헉헉대며 겨우 뛰던 평범한 중년이었다. “우버 택시 타면 될 걸 왜 힘들게 뛰냐”며 러너들에게 농담 섞인 핀잔을 주던 내가, 산을 넘고 들을 지나 70㎞를 완주하리라고는 상상조차 못 했다. 사람들은 묻는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회사의 대표가 도대체 언제 뛸 시간이 있냐고. 하지만 내가 달리지 않았다면, 과연 올 한 해를 온전한 정신으로 버틸 수 있었을까? 달리기는 단순한 운동이 아니라, 나를 지탱해 준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달리기를 통해 나는 스트레스에 의연해졌고, 자신감을 회복했으며, 고통 속에서도 긍정을 발견하는 눈을 뜨게 됐다.달리기는 최고의 디톡스다. 리더의 자리에선 실체 없는 걱정들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하지만 스트레스가 턱끝까지 차오를 때 달리면 마법 같은 일이 일어난다. 흐르는 땀과 함께 머릿속을 오염시키던 걱정이란 독소가 배출된다. 샤워 후 찾아오는 멍한 명상의 시간, 그 ‘마음의 샤워’를 하고 나면 태산 같던 문제들이 비로소 작아 보인다.통제 가능한 성취감은 단단한 자신감을 심어줬다. 세상은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일투성이다. 아무리 노력해도 외부 변수 때문에 결과가 어그러질 때 사람은 무력해진다. 하지만 달리기는 다르다. 이 불확실한 세상에서 유일하게 내 마음대로 통제할 수 있는 건 내 몸뿐이다. 달리기는 정직하다. 내가 움직인 만큼 나아가고, 땀 흘린 만큼 기록은 단축된다. 요행이 통하지 않는 이 정직한 성취

    3. 3

      [시론] 이상에 치우친 철강 탄소중립

      최근 민간 기후단체가 국내 4대 철강기업의 이산화탄소 감축 실적을 분석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감축 노력 미흡’이라는 평가와 함께 저탄소 철강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고로 생산량을 줄이고 전기로와 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권고를 담았다.고로 방식은 철강 1t 생산에 약 2.3t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해 약 0.7t을 배출하는 전기로 방식보다 약 3배 많다. 고로 방식은 고탄소 연료인 코크스를 환원제로 사용하지만 전기로 방식은 별도 환원제가 필요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고로를 전기로로 전환하고, 전기로를 재생에너지로 가동하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대폭 줄일 수 있다는 계산도 가능하다.하지만 철강 생태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책상머리에서 계산한 단순 가설에 지나지 않는다. 제철 방식은 철광석을 용광로에서 녹여 신제품 철을 생산하는 고로 방식과 고철을 녹여 재활용 철을 생산하는 전기로 방식으로 나뉜다. 세계 철강 생산량은 연간 약 19억t이며 이 중 약 70%에 해당하는 13억t이 고로에서 생산된다. 나머지 6억t만이 전기로 몫이다. 이는 세계 경제를 유지하려면 매년 약 13억t의 신제품 철을 생산해야 하는데 고철만으로는 충당할 수 없음을 상기시킨다.이런 현실을 고려하면 우리가 고로 생산량을 줄이고 전기로 비중을 높인다고 해도 지구 전체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증가할 수 있다. 왜냐하면 우리가 줄인 고로 생산량만큼 지구상 어디에서는 철을 추가로 생산해야 할 텐데, 아마도 우리보다 비효율적으로 생산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기후 변화는 특정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될 수 없는 지구적 문제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우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