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선경찰 "TV토론후 여론조사하자"…지휘부도 대책회의
警 행안위 토론회에 세 결집…檢 호랑이굴서 토론

검·경 수사권 조정을 위한 대통령령 입법예고안을 두고 장외에서 신경전을 벌였던 경찰과 검찰이 토론이라는 공개적인 장에서 공식 격돌한다.

수갑 반납 등 집단행동으로 의견을 분출했던 경찰과 일절 대응하지 않고 관망하던 검찰이 국민이 지켜보는 앞에서 공론화를 통해 대의명분을 찾기 위한 절차로, 향후 시행령 입법과정에서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28일 경찰과 검찰에 따르면 진해경찰서 양영진 수사과장은 소셜네트워크 뉴스 서비스인 '위키트리'와 경찰 내부망을 통해 '검사와의 맞짱토론'을 제안, 일선 경찰의 호응을 얻고 있다.

경찰대 12기로 16년 경력 중 10년을 수사경찰로 일해온 그는 총리실이 강제조정안을 강행한다는 방침을 밝힌 지난 23일 '수사 경과 해제 희망원'을 경남지방경찰청에 제출, 경과 반납 운동을 촉발시켰다.

이후 이 운동에 참여한 수사 분야 경찰은 약 1만5천명으로 전체 수사 경찰의 ⅔를 넘어선 것으로 전해졌다.

양 과장은 지난 주말 충북 청원군에서 일선 경찰과 시민 15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열린 토론회를 제안하고 진행하는 과정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맡아 총리실의 입법예고안 발표 이후 일선 경찰의 반발을 상징하는 인물로 부각됐다.

그는 "대통령령 제정 과정에서 조정을 맡은 총리실이 4개월 넘는 기간에 TV토론이나 공청회, 학계 의견 청취 등의 과정 없이 두 차례 의견 수렴과 단 한 번의 합숙토론을 통해 직권중재안을 입법예고해버렸다"면서 "조정안의 내용보다 절차 측면에 더 큰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선 경찰서 수사과장으로서, 가장 크게 반발하는 일선 형사들과 역시 만족하지 못하는 검사들 사이에 맞짱 TV토론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양 과장은 "TV토론을 통해 형사들이 느끼는 문제점을 설명하고 검사들도 생생한 의견을 내놓은 뒤 공정한 여론조사를 통해 국민의 의견이 도출된다면 경찰과 검찰 모두 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검찰은 이에 대해 즉답을 피했지만, 이인기 국회 행정안전위원장 등 국회의원 14명이 29일 국회에서 진행하는 '형사소송법 대통령령 총리안의 문제점' 토론회는 경찰과 검찰이 처음으로 공개석상에서 난상토론을 벌이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경찰 측에서는 이세민 경찰청 수사구조개혁단장과 최광식 전 경찰청 차장이, 검찰 측에서는 이두식 대검 형사정책단장과 노명선 성균관대 교수가 토론자로 나서 서로의 입장을 대변할 계획이다.

이 토론회에는 일선 경찰들이 세(勢) 과시 차원에서 대거 참석할 예정이고 행사 주최가 국회 행안위라는 점에서 검찰 입장에서는 고전이 불가피해 보인다.

경찰은 이와 별도로 경찰서 단위로 수사권 조정 관련한 일선 경찰관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진행한다.

조현오 경찰청장은 이날 오전 지방경찰청장 등 36명의 수뇌부가 모인 가운데 치안감 인사 이후 첫 전국 경찰 지휘부 회의를 열고 수사권 조정 관련 대통령령 제정,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비준안 통과 반대시위 등에 대해 논의했다.

조 청장은 이 자리에서 "기강해이, 조직간 권한 다툼이라는 식으로 비치진 않도록 임무를 성실히 수행하면서 정상적인 방법으로 조정안의 부당성을 알려야 한다"면서 "여의치 않으면 형사소송법 개정 운동까지 갈 수 있다"고 말했다.

전ㆍ현직 경찰관 모임인 대한민국무궁화클럽은 이날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민원실에서 성명을 통해 "조정안의 내사 관련 내용을 경찰 요구대로 원상회복하고 총경 이상 경찰 지휘부는 이번 일의 책임을 지고 즉각 사퇴하라"고 요구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웅 박용주 기자 speed@yna.c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