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승용차도 '디젤 경쟁' 불 붙었다
수입 자동차에 이어 국산 승용차 시장에서도 디젤 모델의 영역 확장이 본격화하고 있다.

현대자동차의 중형 왜건인 i40에 이어 신형 i30도 디젤 모델이 인기를 끌면서 다른 차종으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내년에는 i40세단과 한국GM의 말리부 등 중형급 디젤 모델도 나올 예정이어서 디젤 경쟁이 한층 뜨거워질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가 지난달 말 출시한 신형 i30은 사전계약 물량 1400대 중 디젤 비중이 45.2%로 절반가량을 차지했다. 구형 i30의 디젤 판매 비중(12%)보다 4배가량 높은 수치다.

현대차가 지난달 초 판매에 들어간 i40는 디젤과 가솔린 모델 판매 비중이 각각 65%, 35%다. 10대 중 7대 정도가 디젤 모델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i40는 가솔린 모델 판매 비중이 80% 이상일 것으로 예상했는데 뚜껑을 열어보니 디젤 선호도가 높았다”며 “디젤 엔진 기술력이 높아지면서 고객 신뢰도가 상승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내년에는 중형 세단도 디젤 모델로 나오면서 ‘격전’을 예고하고 있다. 현대차는 내년에 i40 세단을 출시하면서 가솔린과 디젤 모델을 함께 선보일 예정이다.

한국GM은 쉐보레 말리부의 디젤 모델을 내년 출시하기로 했다. 한국GM은 지난 9월 독일 프랑크푸르트모터쇼에서 말리부 2.4ℓ 디젤 모델을 공개했다. 회사 관계자는 “경차인 스파크 디젤 모델은 인도에, 소형차인 아베오 디젤은 유럽 시장에 판매하고 있다”며 “시장 상황을 보면서 국내 출시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말 쏘울 1.6 디젤 모델을 내놓은 기아차도 프라이드 디젤 모델 출시를 검토하고 있다. 업계에선 수입차들이 적극적으로 디젤 라인업을 추가하고 있는 것도 국산 브랜드들이 디젤 모델을 확대하는 요인으로 꼽고 있다.

디젤은 가솔린보다 가격이 저렴한 데다 연료 효율도 높아 경제적이다. 또한 가속 성능을 나타내는 토크가 높아 운전하는 재미도 있다는 장점이 있다.

i30의 경우 디젤과 가솔린의 배기량이 1591㏄로 같지만 연비(자동변속기 기준)는 가솔린이 16.3㎞/ℓ, 디젤이 20.0㎞/ℓ로 디젤이 우수하다. 최고출력은 가솔린이 140마력으로 디젤보다 12마력 더 높지만 최대토크는 각각 17.0㎏·m, 26.5㎏·m로 디젤이 월등히 높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그동안 국내에서 디젤 자동차는 시끄럽고 진동도 심하다는 인식 때문에 소비자의 외면을 받아왔다”며 “하지만 BMW와 폭스바겐 등 수입 브랜드의 디젤 모델 판매량이 늘면서 수입차 3대 중 1대가 디젤일 정도로 인식이 변했다”고 말했다.

이항구 한국산업연구원 주력산업팀장은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제외한 디젤 승용차 비중은 그리 크지 않은 편”이라며 “국산 브랜드의 기술력이 향상되면서 품질도 좋아진 만큼 내년에는 디젤 승용차 판매량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