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 외치던 민주 또 거리로…
민주당이 또 거리로 나갔다. 지난 23일 국회 일정의 전면 보이콧을 선언한 민주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의 전면무효를 주장하며 장외투쟁에 나선 것이다. 예산안의 법정시한(12월2일) 내 처리는 물론 정기국회 회기 내 처리도 불투명해졌다.

민주당은 민주노동당 등 야4당 및 한·미 FTA 저지 범국민본부(범국본) 등 시민단체와 함께 29일로 예정된 이명박 대통령의 비준안 서명 저지를 위해 대규모 장외 집회를 벌인다. 이어 30일과 다음달 3일, 10일에 열리는 범국민대회에도 참석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26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장외 집회에 손학규 대표 등 당 지도부가 대거 참석했다.

민주당은 전국의 지역위원회 조직을 총동원해 장외투쟁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다음달 2일에는 부산에서도 대규모 집회가 예정돼 있다. 민주당은 시·도위원장 연석회의를 열어 지역 순회 집회 일정을 잡을 예정이다. 한·미 FTA 폐기를 촉구하는 신문 광고를 내기 위해 광고비를 1만원씩 부담하는 5000명의 '시민 광고단'도 모집할 계획이다.

장외투쟁에 집중하다 보니 예산심의는 뒷전이다. 홍영표 원내대변인은 27일 기자간담회에서 “야권이 공동으로 한·미 FTA 무효화 투쟁을 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당분간 국회등원 얘기는 나오기 힘들 것”이라면서도 “공직선거법 등 내년 총선을 앞두고 반드시 처리해야 하는 법안 때문에라도 국회에 복귀하지 않겠느냐”고 국회등원 가능성은 열어뒀다.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속 민주당 간사인 강기정 의원도 기자와의 통화에서 “한나라당이 강행처리한다면 별 도리가 있느냐”며 “3년 내내 민주당의 뜻을 무시하고 날치기해왔는데 올해라고 다르겠느냐”고 반문했다.

당내에선 예산안과 시급한 민생법안을 처리하기 위해 국회 일정에 복귀해야 한다는 주장도 없진 않지만 등원론이 자칫 대여전선을 고리로 한 야권 통합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강경론이 주조다.

한 핵심 당직자는 “한나라당이 예산안을 단독처리해도 민주당은 손해볼 게 없다”며 “내년 총선에서 민주당이 다수당이 되면 추경 등을 통해 민생복지 예산을 확보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정갑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시간 부족에 따른 부실심사와 책임은 국회에 있지만 그 피해와 부작용은 국민이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여야 모두 깊이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국회로 정 위원장을 예방해 “내년 경제가 더 어려워진다”며 예산안의 법정시한 내 처리를 촉구했다.

허란/도병욱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