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세종시에 콘도처럼 쓸 수 있는 공동 숙박시설을 지으면 어떠냐는 제안을 했다고 한다. 박 장관은 최근 국무회의에서 “어차피 1주일 내내 세종시에 머물 장관은 없을 것”이라며 전용 관사를 짓는 것에 비하면 예산도 절약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는 것이다. 박 장관의 말은 세종시 이전에 대한 관료들의 태도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매우 우려스런 일이다.

어떻게 해서든지 일단 늦추고 보자는 게 관가의 분위기다. 지난주 확정된 6개 중앙부처의 내년도 세종시 이전 일정을 봐도 그렇다. 대부분 부처가 연말인 11월 말~12월 중순을 이전 시기로 잡아놨다. 예산심의 세제개편 등 국회일정을 이유로 들지만 그보다는 내년 12월 치러지는 대선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정권이 바뀌면 혹시 변화가 있을 수도 있고 인수위원회가 구성되면 장관들이 서울에 있어야하니 일단 대선까지 최대한 끌어보자는 속셈이다.

더구나 정권이 바뀌면 지금의 장·차관들은 모두 물러날 것이니 그때 가서 옮기든 말든 나는 떠나면 그만이라는 생각을 깔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우리는 인위적으로 중앙정부를 지방으로 옮기는 것에 결코 찬성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미 법으로 정해진 일이고, 대통령이 두 번에 걸쳐 공약한 것인데다, 위헌 심판까지 두 번이나 거친 일을 이명박 대통령 임기가 끝나가는 지금까지 미적대고 있다는 것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 만에 하나 다음 정권에서의 기회를 또 엿보는 식이라면 이는 실로 국론을 시궁창으로 끌고가자는 일이다.

장관들은 어차피 세종시에 ‘종종 다녀갈 것’이므로 콘도를 지어 숙박을 해결하자는 박 장관의 생각은 대체 무슨 꿍꿍이인가. 그러니 요즘은 이명박 정부를 신뢰하는 사람을 눈을 씻고 찾아도 없는 것이다. 지지부진한 공공기관의 지방이전도 마찬가지다. 청사가 안팔린다는 등 별의별 핑계를 대지만 의지 부족이 더 큰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