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강남 재건축 의도적인 속도조절 안 한다"
한국경제신문은 오는 27일이면 취임 한 달을 맞는 박원순 서울시장을 24일 서소문 별관 시장실에서 만났다. '초보 시장'답지 않게 '작은 정부'라 불리는 거대 도시 서울시의 각종 현안에 대해 거침없이 답변을 이어갔다. 중간 중간 보충 설명을 위해 직접 보고서를 가져오거나 자료를 일일이 보여주며 자세히 설명했다.

박원순 "강남 재건축 의도적인 속도조절 안 한다"
▼취임한 지 거의 한 달이 다 됐습니다.

"아직 파악하는 단계입니다. 시정 전체를 충분히 이해했다고 보진 않습니다. 시 직원들이 해왔던 것들을 기반으로 시민들의 소망을 담아내는 변화를 혼합해 새로운 서울을 만들어내는 일이 제 사명입니다. 다만 정책 추진 속도는 자제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상과 현실이 조화돼야 한다고 봅니다. 서울시의 관료 시스템과 시민들의 바람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뤄야 합니다. "

▼파격적인 언행과 행보가 화제입니다.

"(온라인 취임식과 실무자들과의 대화 등) 이런 걸 보고 파격이라고 하다니요. 전 정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일각에선 (이런 모습에) 공무원들이 힘들어 한다고 하는데,시 직원들도 이런 모습을 좋아한다고 생각합니다. 적응을 못하는 게 오히려 더 큰 문제입니다. "

▼내년 출범을 앞둔 시정운영협의회를 놓고 옥상옥 기구가 되지 않을지,우려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여러 단계의 거버넌스인 협치(協治) 구조가 있어야만 합니다. 지금까지 시장들이 많은 업적을 냈지만 문제점도 있었습니다. 바로 소통의 부재입니다. 소통은 민주주의의 일반 원칙으로,좋은 업적을 만들어내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합니다. 너무 혼란스러우면 안 되기 때문에 안정이라는 기조 위에 협치를 만들어낼 계획입니다. 시정운영협의회는 자문기구입니다. 정책에 관한 아이디어를 듣고 의논하는 자리죠.의결권이 있거나 심의권이 있는 게 아닙니다. 의회와 충돌하지 않을 것이라고 봅니다. "

▼내년도 복지 예산이 늘어난 대신 인프라 예산이 많이 삭감됐습니다. 성장 동력에 소홀한 게 아닌지요.

"(강한 어투로)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복지예산을 많이 늘린 건 사실입니다. 그러나 내년에 가장 많이 늘어난 예산은 도시안전 분야입니다. 또 일자리도 저의 관심사입니다. 그냥 복지가 아니라 육아 지원 등 여성과 젊은층의 일자리 창출을 위한 복지에 예산을 투자했습니다. "

▼SH공사 부채 문제는 어떻게 해결하실 계획입니까.

"SH공사 부채가 많지만 확보해 놓은 토지도 상당수입니다. 이걸 어떻게 제 공약대로 임대주택을 많이 짓느냐의 문제와 결부시킬지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복지와 서울의 미래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방안을 고민 중입니다. "

▼SH공사 외 특별히 관심을 갖고 있는 산하기관은 어디입니까.

"모두 다 중요합니다. 서울디자인재단도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그동안 시 디자인 정책을 비판해 오긴 했지만,디자인재단을 통해 어떻게 미래 도시를 만들어 가야 하는지 고민이 필요합니다. 또 농수산물공사도 시민들의 먹거리와 친환경 무상급식의 기지로서 중요한 곳입니다. 그런데 요새 도덕적 해이 현상이 좀 있는 것 같습니다. 통상산업진흥원도 일자리 창출에 중요한 곳인데 시장의 생각과 손길이 미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

▼인사는 언제쯤 단행할 계획입니까.

"추가 인사는 내년 초에 단행할 계획입니다. 인사는 중요하지만 서두를 필요는 없습니다. 가급적 공정하게 가장 적합한 인물을 적합한 곳에 임명해야 합니다. 안정과 변화가 동시에 가야 합니다. 예컨대 류경기 대변인을 임명할 때도 반대가 많았습니다. 한강 르네상스 책임자였던 만큼 어느 정도 책임도 있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그 자리에서 일을 가장 잘할 수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임명한 것입니다. "

▼최근 재건축 아파트 값이 떨어지면서 '박원순 쇼크'라는 말이 나올 정도입니다.

"제가 취임하기 이전부터 재건축이나 뉴타운은 이미 조정 국면에 들어간 상태였습니다. 과도한 투기적 개발이 추진돼왔기 때문입니다. 최근 강남의 일부 재건축 단지에 대한 개발계획안 보류도 의도적으로 속도를 조절한 것은 결코 아닙니다. 전임 시장이 임명했던 도시계획위원들이 정상적인 절차에 따라 결정한 사항입니다. 물론 무분별한 도시 재개발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신념은 있습니다. 뉴타운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뉴타운과 관련해 전면적인 현황 조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구별로 진행 속도가 천차만별이어서 일률적인 해결책이 나오기는 어렵겠지만,조만간 수습책을 발표할 것입니다. "

▼최근 들어 뉴타운 관련 민원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한국경제신문이 제게 답을 좀 주십시오.뉴타운은 가장 중요한 현안이고,제가 제일 고민하는 분야입니다. 주민들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지역마다 추진상황이 달라 일률적인 답을 내놓기 어렵습니다. 주민들을 만나 의견을 들어보면서 고민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과의 협의를 거쳐 큰 틀의 정책을 내놓을 생각입니다. "

▼8만가구 임대주택 공급을 공약으로 내세웠는데 잘 진행될 수 있을까요.

"이 공약을 철회할 생각은 없습니다. 서울의 1~2인가구가 46%에 이릅니다. 이들을 위해 미국의 스튜디오(studio) 주택처럼 소규모 임대주택을 많이 지을 예정입니다. 전임시장 때 목표도 6만가구였는데,이런 식으로 임대주택을 공급하면 추가적인 재원을 많이 들이지 않더라도 8만가구 목표를 충분히 채울 수 있습니다. "

이정선/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