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드러운 리더십으로 유리천장 깼지요"
"여성의 힘은 겨울에 내리는 눈과 같습니다. 한송이 눈은 금방 녹지만 뭉쳐서 쌓이면 큰 힘을 발휘하죠."

프레다 미리클리스 전문직여성세계연맹(BPW) 회장(40 · 사진)은 24일 기자와 만나 여성전문인력들의 협력을 강조하며 이렇게 말했다. 올해 창립 81주년을 맞는 'BPW'는 유엔경제사회이사회 1급 자문단체로 세계 100여개국에 회원국이 있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단체 중 하나다. 세계연맹은 영국에 본부를 두고 있으며 유엔과 유엔의 부속기관인 과학문화기구(UNESCO),세계보건기구(WHO),유엔식량농업기구(FAO),국제노동기구(ILO),공업개발기구(UNIDO) 등에 20여명의 대표를 파견해 활동하고 있다.

미리클리스 회장은 지난 23일 유엔글로벌콤팩트 한국협회가 개최한 '글로벌 CSR 콘퍼런스 2011'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처음 찾았다. 지난 6월 BPW 회장으로 선출된 그는 BPW 사상 최연소 회장이다. 호주 출신으로 20년간 자산관리 및 투자자문 전문가로 활동해왔다. 현재 호주 금융서비스연수원(FinSia) 펠로로 재직 중이며,BPW 회장으로서 전 세계를 순회하며 여성전문인력 지원에 힘쓰고 있다.

"1993년 제가 처음 회원일 당시만 해도 전 세계에서 여성의 근무 환경은 매우 척박했습니다. 제가 일하는 호주의 회사에도 남자직원 150명 중 여자는 1명꼴이었죠.아시아 여성들은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여성의 경제활동이 자유로울 것이라 생각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아요. 저도 많은 남자 부하직원을 거느리면서 여성으로서 유리천장을 깨기 힘들었습니다. 여성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부드러운 리더십으로 이겨내기 위해 노하우를 공유하고 협력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BPW 같은 단체가 필요한 것입니다. "

그는 한국에서의 여성 지위가 많이 향상됐다고 평가했다. "최근 LG,유한킴벌리,홈플러스 등 한국 기업인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니 여성들이 일하는 환경이 많이 개선됐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특히 한국 기업 경영진은 여성의 직업능력과 리더십,비즈니스 잠재력 개발에 대해 심도 있게 고민하고 있더군요. 이 같은 기업의 노력들이 모여 결국 국가의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BPW는 1968년 한국에도 연맹을 설립했다. 외교통상부 소속 비영리사단법인으로,한국연맹 산하에는 전국적으로 25개 클럽 1200여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다. 여성의 지위 향상과 차세대 여성리더 육성 등이 주된 사업이다.

미리클리스 회장은 최근 대표적인 성과로 '여성권한강화원칙(WEP) 캠페인'을 예로 들었다. "기업에서 여성의 권한 강화를 위해 유엔글로벌콤팩트와 공동으로 추진하는 캠페인입니다. 저희와 한국연맹은 이를 기업에 소개하고 있습니다. 지난 3월 유엔글로벌콤팩트가 공동 발표한 것으로 기업들이 WEP를 잘 준수하도록 촉구하는 것입니다. 현재 웅진코웨이 등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다른 기업의 참여를 이끌어내 좋은 사례들이 축적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제 바람입니다. "

BPW는 2014년 제주도에서 세계대회를 개최한다. 3년마다 열리는 행사로 올해는 헬싱키에서 개최됐다. 미리클리스 회장은 이번 방한에서 제주도를 돌아본 후 한국대회를 준비할 계획이다. "한국에는 이미 조선시대 거상 김만덕이라는 전문직 여성이 있었더군요. 내후년 한국에서 깜짝 놀랄 만한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유명 연사들의 강의도 펼쳐질 겁니다. 2014년 제주도에서 김만덕을 이어받을 전문 여성들이 힘을 발휘하길 기대합니다. "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