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 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이 통과된 어제 한국 국회 본회의장의 모습은 그야말로 포연이 자욱한 전장(戰場)이었다. 여당 의원들은 비준안 상정과 표결을 위해 의장석에 올라 스크럼을 짰고, 야당 의원들은 본회의장 진입을 막는 경비원들을 향해 주먹질을 해대며 돌격 앞으로를 외쳤다. 민노당의 김선동 의원은 발언대까지 침투하는 데 성공해 최루탄까지 터뜨렸으니 전쟁터가 아니고서야 어디에서 이런 구경이 가능하겠는가. 협정 상대국인 미국의 국회의원들이 TV 뉴스를 통해 한국 국회의 FTA 비준안 통과 모습을 지켜봤다면 과연 무슨 생각을 했을까. 실로 부끄럽기 짝이 없다.

한 · 미 FTA 협상을 위한 물밑작업이 시작된 2003년 8월부터 국회 비준이 이뤄지기까지 8년3개월간 우리 국민들은 과연 무엇을 보았는가. 여당으로서 FTA 협상을 시작하고 타결까지 주도했던 민주당 의원들은 야당으로 물러나자 거의 모두가 말을 바꿔 반(反)FTA 투사로 변신했다. 협상 당시 적극 지지했던 내용조차 "당시에는 잘 몰랐다"면서 단칼에 무시해버릴 수 있는 놀라운 능력의 소유자들이다. 괴담과,거짓과,폭로의 생산자도 대부분 이들 국회의원들이었다.

폭력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 돼 버렸다. 망치를 들고 회의장 문을 부수고, 공중부양을 하고, 이제는 최루탄 정도는 터뜨릴 줄 알아야 국회의원 자격이 있다. 국회의원이 불법 시위대를 국회로 불러내고 그렇게 몰려나온 시위대는 경찰관을 발로 걷어차고 짓밟는 상황이 됐다. 국회 담을 뛰어넘는 일쯤은 이제 아무 것도 아니다. 야당 의원 보좌진이나 당직자들은 벌써 한 달이 가깝도록 외교통상통일위원회 회의장을 강점하고 있다. 보스의 명령으로 남의 집 앞에 진을 치고 앉아 출입을 막고 있으니 동네 건달이 아니고서야 어떻게 이런 일을 벌일 수 있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모든 일은 국회사에 낱낱이 정리해둬야 한다. 누가 최루탄을 던졌고, 누가 국회를 점령하라는 지시를 내렸는지, 누가 괴담과 거짓을 아무렇지도 않게 퍼뜨렸는지도 말이다. 아이들이 국회의원이 되겠다고 할까 무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