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이 23일 민주노총 관계자들과 만나 서울 지하철노동조합 활동으로 해고된 노조원 34명에 대한 복직 문제를 논의할 계획이다. 박 시장이 앞서 선거 때 민주노총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은 데다 노조원 복직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던 만큼 해고 노조원들의 조기 복귀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지난 4월 민주노총을 탈퇴하면서 제3노총(국민노총)의 주축이 된 서울메트로 등 지하철노조가 또다시 강성으로 돌아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해고자 복직 조만간 이뤄질 듯

류경기 서울시 대변인은 22일 브리핑에서 "23일 오후 박 시장과 시 간부들이 이재용 민주노총 서울지부 위원장 등 10여명의 간부들을 만날 계획"이라며 "해고 노조원 복직 문제뿐 아니라 다양한 현안이 논의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해고자 34명은 1999~2004년 공공부문 민영화 반대를 주장하며 파업을 주도했던 서울메트로 노조위원장과 간부 16명,2001년 이후 파업 등으로 해고된 서울도시철도공사 직원 18명이다. 민주노총은 지난 10 · 26 재 · 보궐선거 때 박 시장 지지를 공개 선언하면서 해고자 34명의 복직 문제를 강력히 요구했다.

류 대변인은 "지난 21일 박 시장의 민주노총 면담은 노조 의견을 경청하기 위한 상견례 자리"라며 "해고 노조원들의 복직 문제에 대해선 아직 결정된 게 전혀 없다"고 확대 해석을 차단하고 나섰다. 그러나 조만간 해고 노조원들의 복직이 이뤄질 것이라는 게 시 안팎의 지배적인 관측이다.

박 시장이 선거 때 민주노총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았기 때문에 이들의 요구를 뿌리치기 힘들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해고자 복직 문제에 대해선 박 시장도 긍정적인 입장이다. 민주노총 관계자에 따르면 박 시장은 지난달 11일 민주노총과의 간담회에서 "(해고자 복직 문제는) 크리스마스 선물이나 늦어도 설 선물로 기대해도 좋을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하철노조 강성으로 돌아서나

지하철노조 활동으로 해고된 노조원 34명은 대부분 민주노총 출신으로,강성 투쟁 성향이다. 이들이 현업에 복귀하면 지하철 노조 전체가 또다시 강성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에 따라 지하철 1~4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메트로 노조에도 비상이 걸렸다. 서울메트로 노조는 과거엔 민주노총 설립의 핵심 주역으로 대표적인 강성 노조로 손꼽혔다. 그러나 지난 4월 말 민주노총을 탈퇴하면서 이달 말 출범 예정인 제3노총(국민노총)의 주도 세력으로 부상했다.

민주노총 성향의 해고 노조원들이 복귀하면 노조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노 · 노 갈등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게 노사분야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다만 정연수 국민노총 위원장 겸 서울지하철노조 위원장은 "대부분의 노조원이 갈등과 투쟁을 끝내자는 입장이기 때문에 이들이 돌아오더라도 노조가 또다시 강성으로 돌아설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 시장이 자신의 지지세력인 민주노총에 보다 우호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는 점을 볼 때 막 출범한 국민노총의 세 불리기가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민주노총이 서울시 노정협의회에 공식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국민노총을 긴장하게 만드는 또 다른 이유다.

정 위원장은 "박 시장에게 이달 초 면담을 제의했지만 아직까지 성사되지 않았다"며 "대신 23일 김형주 정무부시장을 만나 현안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민주노총 서울지부를 먼저 만나는 것에 대해선) 민주노총이 박 시장을 적극적으로 지원했기 때문에 이해할 수는 있다"면서도 "박 시장이 이쪽 문제에 대해 이해가 아직까지 잘 안 된 것 같다"고 여운을 남겼다.

뿐만 아니라 민주노총의 전폭적 지지를 받고 있는 민주노동당 출신 인사가 서울메트로 요직을 차지할 것이란 얘기도 시 안팎에서 흘러나온다. 이렇게 되면 민노당 출신 사측과 온건 노조인 제3노총이 갈등하는 새로운 형태의 노사 갈등이 생겨날 것이란 지적이다. 또 민노당 출신 간부의 지원을 받아 민주노총이 국민노총과의 대결에서 승리할 가능성도 높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