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 KPGA 회장 "한국 유치 소식에 일본이 깜짝 놀라"
박삼구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회장(66 · 사진)이 내달 8년간의 협회장 임기 만료를 앞두고 한국 골프계에 커다란 선물을 안겨줬다. 박 회장은 6년여에 걸친 준비작업을 통해 2015년 프레지던츠컵을 한국으로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미국 국가대표와 세계연합(유럽 제외)팀 간의 골프 대항전인 프레지던츠컵은 아시아에서 처음 열리게 됐다.

박 회장은 "일본은 그동안 아시아에서 골프의 종주국이라고 생각해왔지만 프레지던츠컵이 한국에서 열린다는 소식을 접하고 깜짝 놀랐다"며 "2015년 대회에 많은 국가들이 관심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유치전이 예상보다 치열했다"고 말했다.

"프레지던츠컵 유치는 한국프로골프의 위상을 세계적으로 인정받았다는 의미죠.무엇보다 우리의 국력이 뒷받침됐기에 가능했습니다. 유치 과정에서 류진 풍산그룹 회장의 지원이 큰 힘이 됐어요. 윤세영 SBS 회장과 최경주 선수도 큰 역할을 했습니다. "

8년 동안 골프계에 몸담아 온 박 회장은 "이제 골프는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지정됐지만 골프에 대한 사회적 편견은 아직도 심하다"며 "골프는 엄연한 스포츠인 동시에 일종의 관광산업"이라고 강조했다.

"고용창출 효과도 높은 산업인 만큼 법률 개정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육성해야 합니다. 그런 사회적 여건이 조성되고 국민 스포츠로 자리매김하면 골프산업의 발전 속도도 빨라질 겁니다. "

홀인원을 두 차례나 하고 60세 이후에도 1언더파를 칠 정도로 수준급 골프실력을 갖춘 박 회장은 골프 스윙에서 가장 중요한 것으로 '기본'을 들었다. "모든 것은 다 기본이 중요하지요. 골프에서도 마찬가지죠.기본이 제일 중요합니다. "

세계의 골프장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사이프러스 포인트'라고 했다.

골프와 비즈니스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에 대해서는 "이 세상에서 노력을 이기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골프도 나이에 관계없이 노력하면 기량이 향상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 예로 최경주 선수를 들었다.

"이번에 최경주 선수를 만났는데 최 선수가 '자신도 이제 나이를 먹어가지만 골프 인생에서 '지금이 평균 기량이 최고로 좋다'고 하더군요. 노력하면 누구나 얼마든지 좋은 기량을 펼칠 수 있는 게 골프죠.비즈니스에서나 인생 모든 면에서도 노력만큼 중요한 것은 없습니다. "

박 회장은 임기 동안 KPGA에 경영마인드를 도입하고 투어를 분리해 한국프로골프투어(KGTO)를 설립하는 등 선진국형 운영 체계를 확립했다. 재임기간 투어 경기 수를 8개에서 20개로,투어 총상금은 40억원에서 140억원으로,협회 총자산은 67억원에서 170억원으로 늘리는 등 투어 발전 기반을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3일 선출되는 KPGA 신임 회장에 대해서는 "유능한 젊은 인재들을 세계적인 선수로 육성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한국 프로골프의 국제적 위상을 드높이는 노력이 지속됐으면 한다"고 언급했다. KPGA 회원들에게는 "회원 출신의 회장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저를 믿고 따라 주신 회원들께 진심으로 감사 드린다"며 "새로운 회장님과 잘 협력해 한국프로골프의 위상을 한 차원 더 높여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