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의 과학적 재구성…'한국판 CSI' 콘서트 열풍
"지난 3월 인천 남동구 한 아파트 계단에서 집배원 K씨가 살해됐습니다. 당시 계단 옆 성인 키보다 높은 벽면에 혈흔이 튄 흔적을 발견했어요. 혈흔 꼬리도 밑을 향했죠.피해자가 숨지면서 '헤드뱅잉'을 하지 않는 이상 이런 혈흔은 나올 수 없어요. 계단 위에서 도구를 이용해 가격했을 때만 나올 수 있는 거죠.결국 동료집배원 Y씨가 범인이었습니다. "

지난 18일 서울역사 4층 대회의실에 열린 '범죄학강의 콘서트'에 참석한 청중 100여명의 시선은 강단에 선 두 명의 '범죄학 멘토'에게 쏠렸다. 표창원(45 · 경찰대5기) · 유제설(36 · 경찰대14기) 경찰대 교수는 15회를 맞은 콘서트에서 조리 있고 재치있는 말솜씨로 청중을 사로잡았다. 범죄분석의 권위자인 표 교수가 세계적인 과학수사 기류를 소개하며 무게중심을 잡으면 유 교수가 실제 사례를 적절히 엮어 알기쉽게 설명하는 '콤비 플레이'였다.

지난해 9월부터 '범죄수사의 대중화'를 목표로 시작된 범죄학강연콘서트는 매월 셋째주 금요일 오후 7시 서울역사 4층 대회의실에서 열린다. 한국경찰과학연구소(KIPS) 주최로 1년3개월 동안 계속돼왔다. 최근 청춘콘서트 등 콘서트 강연 열풍의 선두주자인 셈이다. 이날 주제는 '한국의 CSI'.표 교수는 강연 중간에 "대한민국 경찰의 강력사건 범죄해결률은 90%를 웃도는 반면 미국의 사건 해결률은 60~70% 수준"이라며 "김연아라는 세계적인 피겨스케이팅 선수를 배출했지만 제대로 된 아이스링크가 그리 많지 않은 게 자랑일 수 없듯,이제 '사람'에게만 의존한 과학수사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 콘서트의 특징은 관련 분야 전공자뿐 아니라 방송작가,PD,변호사,교수,주부,회사원 등 다양한 사람들이 참석한다는 점.

고등학생인 두 딸과 함께 온 홍석자 씨(49)는 "수원의 중학교에서 상담교사로 일하고 있다"며 "요즘 애들은 어른 흉내를 내면서 범죄를 저지르던데 범죄심리를 배우면 상담에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왔다"고 말했다.

김선주/하헌형 기자 saki@hankyung.com